[人더컬처] “춤을 추는 이유, 음악”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안무가 페티 로비 “전통이 곧 새로운 미래”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6-21 22:00 수정일 2019-06-21 22:00 발행일 2019-06-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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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메드카프의 ‘번더플로어’ 피타 로비와 그의 파트너 제이슨 킬키슨 안무가 겸 예술감독으로 참여
왈츠, 퀵스텝, 삼바, 자이브, 탱고, 차차, 룸바 등 17개 볼룸·라틴댄스 장르로 꾸린 댄스 뮤지컬
마이클 잭슨 ‘Smooth Criminal’, 본 조비의 ‘할렐루야’, 샤키라의 ‘Hips Don’t Lie’ 익숙한 팝으로 무장
번더플로어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안무가 겸 예술감독 페티 로비(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

“춤을 추는 이유는 음악입니다. 악기음, 목소리 등 음악은 정말 많을 것들을 주죠. 저희는 음악이 주는 그 많은 것들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2012년 이후 7년만에 내한한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7월 2~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의 안무가이자 예술감독 피타 로비(Peta Roby)는 음악의 힘을 이렇게 전했다. 더불어 “다양한 장르를 섞고 발전시키면서 ‘번더플로어’는 퓨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예술이 혼합된 것이 ‘번더플로어’ 특유의 색”이라며 “어떤 장르를 섞을지, 그 선택지를 오페라, 록 등 음악이 준다”고 다시 한번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 본 조비의 ‘할렐루야’(Hallelujah), 샤키라의 ‘힙스 돈 라이’(Hips Don’t Lie) 등 익숙한 팝음악으로 꾸린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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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

“모던한 동작, 음악 등이 추가됐지만 댄스 스타일은 전통 볼룸댄스 요소를 더 가미했어요. 장르를 혼합한다고는 하지만 선택가능한 장르는 10개 안팎이죠. 결국 공연을 완성하는 건 음악입니다. 새로운 스토리가 나올수록 음악에 좀 더 의지하게 되거든요.”

‘번더플로어’는 1997년 엘튼 존의 50세 생일파티에서 VIP 600여명을 위해 기획한 댄스공연에 매료된 세계적인 제작자 할리 메드카프(Harley Medcalf)가 1999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왈츠(Waltz), 큅스텝(Quickstep), 삼바(Samba), 자이브(Jive), 탱고(Tango), 폭스트로트(Foxtrot), 차차(Cha Cha), 룸바(Rumba) 등 중세 유럽 왕실의 사교댄스에서 시작된 볼룸댄스(Ballroom Dance) 17개 장르를 바탕으로 현대화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2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발전시키고 퓨전화된 ‘번더플로어’는 ‘번더플로어 스타일 댄스’라는 장르까지 탄생시키며 사랑받고 있다.

“‘번더플로어’가 20주년을 맞는 과정 내내 볼룸댄스 산업 뿐 아니라 전 장르, 전세계의 발전을 눈여겨 보고 있었어요. 댄스 뿐 아니라 모든 산업, 사회 등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목도해 왔죠. 그걸 음악이 얘기해주는 것 같아요. 라틴음악에 아프리칸 리듬이 가미된 게 그 예죠. 예전엔 첫 번째 고려점이 볼룸·라틴댄스 스킬이었다면 요즘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장르의 춤을 배우고 있어서 댄서들을 고르는 데 좀 더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되죠.”

◇댄서의 열정과 시대를 반영한 스토리 그리고 특별한 그 무엇 

Peta Roby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안무가 겸 예술감독 페티 로비(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

“안무를 하면서 가장 중용한 건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볼룸·라틴댄스를 기준으로 시작한 ‘번더플로어’를 10년 동안 함께 하면서 실력은 물론 열정과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죠.”

이어 “댄서가 가진 열정과 시대를 반영한 스토리 전달 그리고 특별한 그 무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피타 로비 안무가 겸 예술감독은 “처음엔 볼룸댄스를 일반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수많은 장르 등과 섞이며 퓨전화되고 있지만 ‘번더플로어’는 결국 볼룸·라틴댄스 장르예요. 볼룸·라틴댄스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많은 분들에게 쉽게 소개해줄 수 있는 작품이죠. 볼룸댄스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추는 장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BBC라는 영국의 유력 방송사에서 ‘댄스 위드 더 스타’ 등을 통해 매주 한번씩은 볼룸댄스를 볼 수 있어요.”

이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관심들이 확산됐고 동호회도 생기는 등 볼룸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그렇게 볼룸댄스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데 ‘번더플로어’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시대를 반영한 2막을 눈여겨 봐달라”고 당부했다.

“2막은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됩니다. 가장 집중하는 것은 관계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부부, 형제, 자매 등 살면서 가지게 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춤으로 표현되죠. 남녀가 함께 추는 볼룸댄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춤과 스토리로 구성했습니다.”

이어 “2막은 좀 더 감성적인 음악들, 한국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고르려고 노력했다”며 “반면 1막은 열정적이고 기분좋게 하는 춤들로 꾸렸다”고 귀띔했다.

◇전통이 곧 새로운 미래다
Peta Roby 피타 로비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안무가 겸 예술감독 페티 로비(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

“제가 볼룸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지도 46년이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매일 볼룸댄스 기초를 연습합니다. 저 뿐 아니라 ‘번더플로어’ 댄서들도 매일 기초를 연습하며 몸을 푸는데 그때가 가장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렇게 매일 연습하는 기초들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춤을 탄생시킵니다. ‘번더플로어’를 통해 그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요.”

볼룸댄스는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향유하던 문화 중 하나다. 그 옛것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춤의 탄생에 대해 피타 로비는 이렇게 전했다.

“춤이라는 장르는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돌고 도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까지 볼룸댄스를 배우고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요. 어떻게 보면 볼룸댄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같기도 해요.”

그리곤 “전통이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볼룸댄스는 전통적인 춤이지만 미래지향적인 춤과 스토리 개발로 전혀 새롭게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보탰다.

‘번더플로어’의 안무가 겸 예술감독이자 부제작자이면서 스스로가 1980~90년대 볼룸·라틴댄스 챔피언이자 ‘춤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댄서이기도 했던 피타 로비는 볼룸댄스의 미래와 더불어 후배 댄서들의 앞날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털어놓았다.

“전통도, 미래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번더폴로어’를 이끌고 있어요. 운이 좋게도 저는 댄서에서 안무가, 연출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일 거예요. 댄서는 굉장히 힘든 직업이에요. 우리 댄서들이 저 보다 더 좋은 댄서로, 더 좋은 기회를 가지고 ‘번더플로어’를 나가게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