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어쩌면 셰익스피어 대항마?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뮤지컬 ‘썸씽로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6-12 20:00 수정일 2019-06-12 09:12 발행일 2019-06-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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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O[썸씽로튼 최초내한]공연사진
현대의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뮤지컬 ‘썸씽로튼’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Photo by Jeremy Daniel(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이 작품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퀸, 비틀즈처럼 가죽 의상을 입고 록스타처럼 등장합니다. 현대적이고 쿨해요. 다른 작품과 다르게 거만하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충분하죠.”

11일 프레스콜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썸씽로튼’(6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프레스콜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의 매튜 베이커(Matthew Baker)는 이렇게 전하며 “저 역시 영국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공부한 셰익스피어를 색다르게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뮤지컬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의 연극에 대적하기 위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이 같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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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썸씽로튼’ 프레스콜이 열렸다.(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연극 극단의 리더인 닉 바텀(매튜 제니스)과 메인작가 나이젤 바텀(리처드 스피탈레타) 형제가 당대 최고 스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항하기 위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을 따른다.

그들의 험난한 여정에는 닉의 당차고 선진적인 아내 비아(에밀리 크리스틴 모리스), 삼촌과 같은 예언가를 꿈꾸는 마이크 노스트라다무스(그렉 캘러패터스), 유대인 대부업자로 바텀 형제의 후원자이고 싶어하는 샤일록(피터 슈레이스), 길잡이인 음유시인(데빈 할로웨이) 등이 함께 한다.

프레스콜에서는 ‘웰컴 투 더 르네상스’(Welcome To The Renaissance), ‘갓 아이 헤이트 셰익스피어’(God I Hate Shakespeare), ‘닉과 비아의 집’, ‘라이트 핸드 맨’(Right Hand Man), ‘어 뮤지컬’(A Musical), ‘윌 파워’(Will Power)가 하이라이트 시연됐다.

◇대단한 창작진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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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 작가 커리 커크패트릭과 작사, 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두명의 형제 작가가 있다면?” “작가들이 예언자를 찾아갔다면?” “그 예언자가 노스트라의 조카였다면?”….

인류 최초로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한 형제의 고군분투기 ‘썸씽로튼’은 극 중 바텀 형제처럼 커크패트릭(Kirkpatrick) 형제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형 커리(Karey) 커크패트릭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머프’ 시리즈를 비롯한 ‘아빠가 줄었어요’ ‘치킨 런’ ‘샬롯의 거미줄’ 등의 각본가이자 채닝 테이텀 등이 참여한 애니메이션 ‘스몰풋’의 감독으로 영극의 희극 작가 존 오파렐(John O’farrell)과 공동으로 대본을 집필했다. 베이비 페이스, 에릭 크랩튼 등과 작업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인 동생 웨인(Weyne)은 ‘썸씽로튼’의 작사·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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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왼쪽부터), 한국 프로듀서 신재홍, 닉 바텀 역의 매튜 제니스(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이번 내한 공연은 2015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최초의 해외공연으로 한국의 프로듀서 신재홍 에스앤코 대표는 ‘썸씽로튼’이 오프브로드웨이(1950년대의 실험적인 연극을 지향하는 소극장운동이자 뉴욕 브로드웨이를 벗어난 지역 소재의 소극장)를 거치지 않고 브로드웨이에 직행한 이유로 “대단한 창작진 맨파워”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발점인 커크패트릭 형제를 비롯해 ‘렌트’ ‘인더하이츠’ ‘애비뉴Q’ 등의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Kevin McCollum), ‘알라딘’ ‘북오브몰론’ 등의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 등 쟁쟁한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 창작진들이 대거 합류했다. 신재용 프로듀서는 “이 극에 대한 지식 없이 우연히 봤다”며 내한 공연을 진행하게 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진중하거나 로맨스 등의 장르가 각광받는 가운데 정말 색다르고 기분 좋아지는 작품이었어요. 코미디지만 형제의 우애, 가족애 등의 테마가 행복해 한국의 많은 관객들과 함께 보고 싶었죠.”

 

LINE[썸씽로튼]메인 포스터(제공_엠트리뮤직_에스앤코)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썸씽로튼’ 포스터(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내년엔 라이선스 공연으로! “‘맘마미아’보다 더 오래 사랑받기를”

“‘썸씽로튼’은 ‘레미제라블’이나 ‘해밀턴’처럼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 아니라 대본에서 시작한 ‘북 뮤지컬’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매끄러운 스토리텔링이었죠.”

극작가인 커리 커크패트릭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전하며 “공연 내내 같은 유머 코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사에서 음악으로, 음악에서 대사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 전환을 배우들이 가장 어려워하는데 그걸 패러디해 재미를 살렸죠.”

‘썸씽로튼’은 ‘레미제라블’ ‘렌트’ ‘코러스라인’ ‘위키드’ 등의 유명 뮤지컬 작품과 셰익스피어의 소설, 시 등의 문구를 극 곳곳에 배치해 웃음을 자아낸다. 케빈 맥컬럼 프로듀서는 “원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커크패트릭 형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독창적으로 발전한 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브로드웨이의 클래식 공연, 셰익스피어의 텍스트 등을 연결시켰어요. 뮤지컬과 연극이 조합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죠.”

이에 웨인 커크패트릭은 “많은 인용들(Reference)이 있지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도 배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 인용들을 몰라도 웃고 즐길 수 있다. 그 인용들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커리 커크패트릭은 “그 인용들이 좋은 점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도 한국에서 더 잘 알려진 뮤지컬 작품으로 바꾸기도 했다”며 “이런 변화는 해외 공연마다 이뤄질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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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 공연사진 Photo by Jeremy Daniel(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내년에는 한국 라이선스 공연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케빈 맥컬럼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들은 세련된 이야기,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며 “우리 작품도 형제, 가족 이야기, 뮤지컬을 제작하려는 과정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썸씽로튼’은 연기, 춤, 코미디 등에 능한 배우가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노래 잘하는 배우들도 많고 빨리 배운다고 들었어요. ‘지킬앤하이드’ ‘헤드윅’ 등을 통해 조승우라는 대배우를 배출했다고도 들었죠. ‘썸씽로튼’에 적합한 좋은 배우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썸씽로튼’이 ‘맘마미아!’보다 오래 공연되고 사랑받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