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진실 찾기의 가치, 이과적 낭만 담은 그 이름! 갈릴레오와 케플러…뮤지컬 ‘시데레우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4-24 22:54 수정일 2019-05-10 16:30 발행일 2019-04-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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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시데레우스_갈릴레오(정민),케플러(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사진제공=랑)

“저도 처음엔 ‘왜죠?’라고 물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갈릴레오 갈릴레이’라는 이름이 나와요. 시대를 거스르면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2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뮤지컬 ‘시데레우스’(6월 30일까지) 프레스콜에서 김동연 연출은 “왜 갈릴레이냐?”는 질문에 “시대의 요구”를 언급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실을 찾는 가치를 원하는 것 같아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어떤 게 진실인지 알고 싶어 하고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의 가치, 그 진실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가치를 이 시대가 요구하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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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의 고영빈(사진제공=랑)
이어 “뮤지컬에서 ‘과학’은 생소한 소재지만 최대한 낭만적으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이며 “이과적 낭만”이라고 표현했다.

“별을 보면서 수식과 법칙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를 짓는 것만큼 시대를 변화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그 깨달음이 잘 전달되도록 표현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사 검증 보다 갈릴레이 이야기

갈릴레이의 실제 저서인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에서 제목을 딴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고영빈·박민성·정민,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와 독일의 젊은 수학자 케플러(신성민·신주협·정욱진), 갈릴레오의 딸 마리아(김보정·나하나)가 꾸려가는 진실찾기에 대한 이야기다.

백승우 극작·작사가, 이유정 작곡·작사가가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후 충무아트센터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지원사업인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부’ 시즌 4(2017년)에서 발굴돼 무대화된 작품이다.

이유정 작곡가는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편지를 주고받았고 갈릴레오가 거절했다는 기록에서 시작한 이야기”라며 “(두 사람이) 실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고 들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했다는 사실에 상상력을 발휘해 넣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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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랑)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았고 케플러가 갈릴레이의 영향을 받아서 망원경을 만들었다는 정도가 사실입니다. 시간적 뒤틀림이 좀 많아서 역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오시는 분들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이어 “가져올 건 가져오고 버릴 건 버린 이유는 갈릴레이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이 세상 안에서 진실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사실 전달 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교육적 목적 보다는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전달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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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의 정민(사진제공=랑)

프레스콜에서는 ‘답장’(고영빈·신주협·김보정), ‘살아나’(고영빈·정욱진), ‘불가능한’(고영빈·신주협·나하나), ‘내가 몰랐던 이야기’(정민·신성·김보정),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정민·신주협), ‘돌아갈 수 없어’ ‘끝의 시작’(박민성·신성민·나하나) 7곡을 시연했다. 이유정 작곡가는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로 마리아의 솔로곡 ‘얼룩’을 꼽았다.

“마리아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얘기하는, 그녀가 유일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곡이에요. 마음에 드는 멜로디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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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성민(사진제공=랑)

이유정 작곡가의 말에 마리아 역의 나하나는 “위험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신앙에 대한 혼란 등 감정이 요동치는 넘버”라며 “마리아는 내레이터이자 그 시대에는 위험한 연구에 위기감과 긴장감을 주는 인물이자 시대를 대변하는 종교적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현시대에 꼭 필요한, 따뜻한 이야기…충무에 뜨는 별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은 “대본을 처음 받으면 항상 현재 제가 처한 상황에 빗대 바라보게 된다”며 “갈릴레오의 이야기지만 현시대에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외침을 무대에서 꼭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이 연구 했고 (그 결과 얻은 결과를) 얼마나 이야기하고 외치고 싶었을까에 집중했죠. 그리고 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이름에서 받은 괴짜스럽고 유쾌한 느낌을 살려보자 했습니다. 그런 느낌을 실어서 갈릴레오의 열정과 외침, 감동을 전달하고자 했죠.”

2014년 ‘사춘기’ 이후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킬미나우’ ‘유도소년’ 등 주로 연극무대에 올랐던 케플러 역의 신성민은 “따뜻함 때문에 ‘시데레우스’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금기에 대한 반기 등 어두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따뜻했어요. 이 작품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가 굉장히 따뜻하고 싶었던 시기였어요. ‘벙커 트릴로지’로 전쟁, 죽음 등을 얘기하며 피폐해져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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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주협(사진제공=랑)

‘시데레우스’와 데뷔동기라는 케플러 역의 신주협은 “저와 같이 뮤지컬 시장에 나와서 친근한 작품”이라며 “케플러는 도태되거나 멈춰 있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고 변화를 시도하는 데서 저랑 맞닿아 있고 본받고 싶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정욱진은 케플러에 대해 “자기애가 많아서 긍정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수의사를 꿈꿨지만 기계공학과를 전공한 이과 출신의 아버지를 상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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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정욱진(사진제공=랑)

“아버지는 무대 위의 것보다 큰 망원경으로 별을 보시고 발명도 하세요. 고향 평상에 누워 북두칠성 등 별에 대해 설명해주시던 행복한 기억이 있어요. 이 공연을 아버지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설렜죠. 서울 하늘에서는 별이 잘 안보이지만 충무아트센터에 뜨는 별을 보러 오세요. 그 별과 꿈을 쫓는 두 남자를 보면서 그 벅참을 같이 느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