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SKY캐슬'에선 눈 씻고 봐도 없는 것…'조선의 밥상머리 교육'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9-01-02 07:00 수정일 2019-01-02 17:17 발행일 2019-01-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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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는 한국인의 영원한 화두다. 상위 1% VIP들의 유난한 자녀 교육 세태를 다룬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인기를 끌거나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에 전 국민이 분노한 것도 교육 문제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전교 1등을 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으로 자녀교육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사회가 더 막장으로 치닫는 것은 자녀 인성교육에 인색한 현 교육 세태의 방증이기도 하다. 

신간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은 부모와 교육자를 위한 필독서를 자처한다. 저자인 김미라 박사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활예절·다도로 석사를 받은 뒤 유학과에서 철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최고의 교육방법론을 찾는 데 매진 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사람공부를 하고 나서 글공부를 하라”고 강조한다.

수년간 취재차 전국 종가를 두루 다니며 자녀교육을 연구했던 저자는 종가의 교육철학에 대해 한마디로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단언한다. 그렇기에 어른은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항상 품위있게 행동하고 책을 가까이 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조선시대 선비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했다. 선비정신의 가치관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었기에 ‘사람답게 사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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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밥상머리 교육’|김미라 지음 | 보아스 | 1만 5000원 |사진제공=보아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린 것도 이런 교육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사회는 동방예의지국과 거리가 멀다.

10대들의 집단폭행, 왕따, 아동성폭행, 가정폭력, 교사폭행, 각종 혐오, 갑질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 동방무례지국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저자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어린 시절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어린이 교육서였던 율곡의 ‘격몽요결’, 이덕무의 ‘사소절’, 박세무의 ‘동몽선습’ 등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들의 가르침이 적힌 8편의 동몽교재를 비롯해 명심보감, 소학, 삼자경 등 3편의 중국 아동교육서 분석을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전한다.

조선의 자녀교육 핵심은 ‘인간’이다. 유학은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가르친다. 그래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오륜, 즉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다섯가지 윤리와 질서다.

소학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인 친(親), 임금의 의리와 신하의 충성인 의(義),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뜻하는 별(別), 어른과 어린이,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차례와 질서를 뜻하는 서(序), 친구사이의 믿음, 신뢰를 뜻하는 신(信)을 인간관계를 위한 덕목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인성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또 영어와 수학 선행학습이 아니라 조선시대처럼 인성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1세기 조선의 자녀교육이라고 하면 자칫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선조의 지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간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바른 생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한층 친숙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