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칼럼] 명나라의 ‘탈조선’과 한국의 ‘탈원전’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8-12-10 08:15 수정일 2018-12-10 09:13 발행일 2018-12-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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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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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명나라의 ‘탈조선(造船)’ 정책을 상기시킨다. 명나라는 서양보다 훨씬 앞서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갖춘 나라였다. 613년 전 1405년 영락제의 명을 받아 해외 원정을 떠난 정화(鄭和)의 함대는 명나라의 조선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정화의 함대는 240여척에 달했다. 거기에는 길이 137m, 넓이 56m의 대형 보선(寶船) 62척이 포함되어 있었고, 가장 큰 배는 3,000톤이 넘었다. 승선 인원도 2만8000여명이나 됐다. 정화는 1433년까지 7차례에 걸쳐 동남아와 인도,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진출했다. 정화의 원정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탐험보다 87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콜럼버스가 사용한 선박은 230톤짜리 3척이었다. 제일 큰 산타마리아호도 길이 27m, 넓이 9m에 불과했다. 인원은 88명밖에 되지 않았다. 정화 선단의 규모는 콜럼버스보다도 30배나 컸다. 

영락제 사후 정쟁이 발생하고 유림세력이 권력을 잡았다. 그들은 유학의 이념에 집착했고, 무역과 외세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었다. 이들의 영향으로 정부는 해상무역을 통제했다. 조선소를 폐쇄하고 돛대가 많은 대형 선박의 건조를 금지했으며, 정화의 원정 기록도 파괴했다. 1525년에는 모든 종류의 원양 항해용 선박의 건조도 금지했다. 이러한 정책은 국가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했음은 물론이다. 폴 케네디는 그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중국의 쇠락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으로 들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인해 우리의 원자력이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 이어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2010년 한국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여섯 번째 원전수출국으로 분류했다. 원전이 가장 우수한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발전 시설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가면서 한국의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들고 나왔다. 앞으로 20년 동안 더 운전할 수 있는 고리 원전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감축된다. 그리고 2023년 신고리 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의 원전 건설은 없게 된다. 환경주의 이념에 집착한 산물이었다. 

이러한 탈원전 정책은 경쟁력 있고 유망한 원전 산업을 고사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필수적인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다. 정부는 원전의 축소로 감소되는 발전량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하여 공급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은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에너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만들어내는 전기의 품질은 원전에 비해 훨씬 나쁘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비쳐야 가능하고 풍력 발전은 바람이 불어야 가능한데, 산악지대가 많고 바람이 그리 많이 불지 않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엄청나게 많은 건축 용지가 필요해 오히려 환경 파괴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경제활동과 산업발전의 필수적인 요소다.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있어서 에너지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에너지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탈원전 정책은 이에 역행하는 조치다. 명나라의 탈조선 정책이 중국을 쇠락시킨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한국을 쇠락시킬 것이고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세계 최초로 원전을 운전했던 영국이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선택했다. 대만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탈원전에서 돌아서서 원전을 다시 가동했다.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