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공정거래법은 ‘계약의 자유’를 보호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입력일 2018-12-03 08:00 수정일 2018-12-03 08:00 발행일 2018-12-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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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국무회의는 지난 11월 27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보다 더 간섭적인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것은 공정거래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더 통제적인 요소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공정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중대(경성) 담합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 가능하도록 했다. 이것은 시민단체나 경쟁업체의 악의적인 고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길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나 검찰이 담합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담합으로 지칭되는 행위는 ‘공동행위’이다. 결국 담합의 문제는 공동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2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기업을 설립하고 나중에 그 기업의 주식을 공개한다고 가정하자. 이 때 일자리가 창출되고 재화가 생산되는데, 여러 사람들이 각종 공동행위를 하게 된다. 이 경우에 각종 공동행위는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협력’하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사전적(ex ante)’ 공동행위이다.

이제 유사한 업종에서 복수의 기업이 설립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그 후 경영 환경이 변하면서 복수의 기업이 공동행위(공정거래법에서 담합으로 지칭되는 행위)를 했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복수의 기업이 ‘사후적(ex post)’으로 협력 행위를 한 것이다. 그러면 복수의 기업이 사후에 공동행위를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수요의 급격한 감소 또는 가격의 인상에 따른 수요의 큰 변화가 예상될 때 사후 협력이 필요해진다. 그러면 사후 협력은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후 협력은 소비자의 효용을 만족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협력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소비자의 효용은 증대한다. 왜냐하면 사후 협력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면(이것이 공정거래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행위이다) 가격의 인상으로 생산이나 판매가 줄어들지만 생산이나 판매에 사용되지 않는 자원이 더 효율적인 곳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로는 자원배분이 더 좋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협력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사전적인 공동행위는 문제 삼지 않지만 사후적인 공동행위는 담합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다. 왜냐하면 두 행위 모두 협력 행위(그 점에서 두 행위는 ‘생산구조’ 중의 하나이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공정거래법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인 담합은 사실은 협력 행위로서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키는 행위이고 담합을 처벌하는 공정거래법이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공동행위라도 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고 재화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면 그것은 독점이고 그 결과 독점에 따르는 부작용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현재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기로 했다. 여기에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라 규제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203여 개에서 440여 개로 증가할 것으로 공정위는 예상했다. 이것은 기업이 그 만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제행위가 억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기업이 내부 거래를 하는 경우에 조직 비용, 경제계산의 문제 등이 발생한다. 그런 것들, 특히 후자 때문에 기업이 무한정으로 커지지 않는다. 기업이 시장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각종 거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는 명백히 시장을 통한 거래는 아니다. 그러나 기업집단을 하나의 기업처럼 다룬다면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 내부 거래로 간주해야 한다.

기업집단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하지 않고 기업들의 단순한 연합체로 규정한다면 일감 몰아주기는 시장 거래와 기업 내부 거래의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이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기업집단을 어떻게 간주하는가 하는 지식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실질적으로(de facto)’ 지배하고 있는 조직체로 간주되어 왔다. 이것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것은 기실은 기업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은 기업집단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규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개정안은 자산 10조 원 이상의 신규 대기업 집단이 순환출자를 하는 경우에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이것은 공정위가 신규 대기업 집단만은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확장하는 길을 강력히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개정안은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을 합산하여 15%까지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다만 적응 기간을 위하여 개정안은 단계적 제한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익법인 100% 출자 회사의 의결권은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하는 개정안이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은 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끝으로,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은, 예외를 제외하면, 대기업 집단만을 규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리를 위반하고 있다. 담합 규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만이 공정거래법에 내포된 모순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계약의 자유를 부정하는 조항들로 가득하다. 공정거래법은 계약의 자유를 보호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