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바른 식단이 살려낸 건강'…드라마 작가 임성한式 건강 비결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8-11-21 07:00 수정일 2018-11-21 07:00 발행일 2018-11-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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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암세포도 생명 건강 365일’
YimSH

“암세포들은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2013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2013) 118회의 한 장면. 막장드라마의 대모로 불렸던 임성한 작가(58)는 한국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이 대사로 자신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 임 작가는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2014~2015)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절필했다. 방송가에서는 임 작가의 예능 작가 컴백설, 예명 복귀설 등이 돌았지만 그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다.

임성한 작가
‘암세포도 생명 임성한의 건강 365일’ |임성한 지음 | 북-수풀림 | 1만 5000원 | 사진제공=북-수풀림

5년간 두문불출했던 임성한 작가가 뜬금없이 건강실용서를 들고 나타났다. 1인 출판사 ‘북-수풀림’을 차려 ‘암세포도 생명 건강 365일’을 출간했다. 

푸른색 표지 한복판에 밤색으로 쓰여진 커다란 제목에서 작가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책은 총 20개 챕터로 구성됐다. 다이어트, 탈모, 두통, 변비, 불면증, 암, 스트레스, 당뇨, 빈혈, 디스크, 감기, 임신과 출산, 육아, 노화, 스트레스 등 주로 현대인이 겪는 질환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결책이 담겼다.

임성한 작가는 책 속에서 1997년 작가로 데뷔한 후 장기간 집필할 때마다 다양한 질병에 시달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강서적을 섭렵해 공부했다고 적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의학적 지식보다 다양한 민간요법과 건강 상식을 활용한 작가 개인의 체험담에 가깝다.

임성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건강비결은 절식을 통한 식단관리다. 그는 개인의 체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되 소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경계하며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다양한 영양군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커피와 밀가루, 술을 멀리하고 과일과 식수 섭취도 줄이며 찬 음식보다 따뜻한 기운의 음식이 좋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압구정백야’ 출연이 불발됐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도 작가의 조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책 속에서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대사발도 느껴진다. 그는 첫 챕터인 ‘다이어트’에서 “내가 말하는 식사법을 충실히 지키면 이삼일 후부터 늦어도 일주일 안에 몸 컨디션이 좋아지고 똑같이 일을 해도 평소보다 훨씬 덜 지치며 피부는 유리알처럼 매끄럽고 맑아지고 푸석한 머릿결엔 윤기가 흐른다”(‘다이어트’ 12쪽)고 소개한다.

드라마 집필 당시부터 “딸기는 칫솔로 박박 씻어야 한다”거나 “김치찌개는 2시간 이상 푹 끓여야 한다”고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했던 어투 그대로다.

오로라공주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공주’에서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대사 정점을 찍었다(사진=방송화면 캡처)
책 제목으로 활용한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대사에 대한 작가 나름의 소신이 담겼다. 그는 “실제 의사들 중에도 (항암치료 등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더러 한다”며 “암세포가 생명이 아닌 죽은 거면 이미 암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후 비난 여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해 대사를 바꿀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암에 대해 충분한 취재와 공부를 했기 때문에 대사를 그대로 썼다고 고백했다.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건강조언서이다 보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임성한 작가의 개인사도 책 속 곳곳에 녹아 있다.

그는 ‘허약체질’인 막내딸로 태어나 고교시절 악성빈혈에 걸려 학교를 1년 휴학하고 4년만에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불문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전산과로 진학했고 이후 초등학교 특별활동 컴퓨터 강사로 일했다.

‘보고 또 보고’ (1998~1999) 집필 때는 불면증에 시달려 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끝내 잠들지 못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작가로서의 소신도 담겼다. 그는 책 속에서 “아침 7시 10분 알람이 울리면 시청률 수치를 확인했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떡해서든 내 능력부족으로 드라마를 망쳐서 방송사 사람들이 고통받고 피해보는 일은 없도록 하리라’ 다짐했다”(스트레스, 296쪽)고 적었다.

‘신기생뎐’(2011) 방송 당시 기생이라는 부정적 소재로 시청률이 정체돼 방송사 국장의 전화를 받은 뒤 생각한 소재가 빙의였다.

마지막 회에서는 끝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장군귀신이 등장한다. “쓰면서도 이건 아니지 싶었고 지금까지 ‘신기생뎐’이 ‘레이저드라마’라는 조롱을 받지만 ‘임성한 (시청률)졌다’ 보다는 그게 나았다”는 대목에서 작가의 확고한 집필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