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좌초위기 ‘광주형일자리’…지자체·정치권·노조 ‘욕심’ 버려야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11-19 17:09 수정일 2018-11-19 17:11 발행일 2018-11-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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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는 잘못된 사업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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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반값 연봉 공장으로 불리는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현대차 노사 당사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배제되고 있고, 한국 자동차산업과 현대차의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

광주시가 현대차와 함께 추진하는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양측이 지난 18일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벼랑 끝에 몰린 광주시는 19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해 “광주형일자리는 시대적 사명감”이라며 성공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사업성이 희박해 현대차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광주형일자리’ 사업의 성사 여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업의 원래 목적과 방향이 심하게 훼손돼 사업성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주형일자리는 자동차 산업을 모르는 사람이 추진한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검토할 가치가 없는데, 광주형일자리를 보면 지역이기주의로 밀어붙인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광주형일자리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 스스로 노사가 합의해 임금은 줄이는 방식으로 해야지 특정 지자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 전략실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도 결국 현대차가 스스로 사업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추 실장은 “광주시가 한국노총과 협의해 임금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연봉 4000만원이 넘으면 수익성이 악화돼 손해를 보고 사업을 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가 총파업 등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현대차라도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주시와 정치권, 노조 등이 전향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광주시가 내놓은 협상안은 기존 현대차가 제시한 투자의향서와 너무 변질됐다”며 “근로자의 삶을 높이는 사업이 되려면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노조가 협조하고, 광주시와 정치권이 이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와 현대차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광주형 일자리 성사를 위한 릴레이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당초 광주시와 현대차는 광주형일자리를 추진하며 △주 44시간 △초임연봉 3500만원 이내 △물가 상승률 대비 임금협상 △최초 5년간 단체협약 유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안은 △주 40시간 △초임연봉 3500만원 이상 △임금·단체협상 최소 5년간 유예 조항 제외 등으로 조정됐다. 이에 현대차가 거부감을 나타내자 적정수준 임금을 명시하는 것을 제외하고, 단체협상 최소 5년간 유예조항에 대한 내용을 뺐다. 다만 1일 8시간, 주 40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