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이항구·추광호·김필수 "노동계, 기득권 내려놓지 않으면 ‘광주형일자리’ 무산"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11-19 15:27 수정일 2018-11-19 17:08 발행일 2018-11-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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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왼쪽 셋째)이 집행부 간부들과 함께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열린 반값 연봉 공장으로 불리는 광주형 일자리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대한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노동계 모두 사업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시가 노동계를 대변해 한국노총과 협의한 협상안에 현대차가 거부 입장을 나타내면서 사실상 수정 협상안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 민주노총은 오는 21일을 기점으로 광주형일자리 총파업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의 성장의 대표모델인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자동차 산업관련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광주형일자리 모델은 한번 검토해볼 만한, 예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 자체는 말이 안되는 사업이다. 국내 자동차 사업이 상당히 어려운데, 일개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광주형일자리 최초 제안은 지난 2013년에 ‘광주형 100만대’ 사업에서 비롯된다. 당시 광주형일자리 사업 아이디어가 나온 것인데, 갑자기 100만대에서 ‘12만대’로 축소됐다. 광주시 스스로도 ‘100만대는 말이 안된다’는 진단을 한 셈이다. 현 국제정서상 100만대는 커녕 10만대 자동차 국내 생산에 대한 투자도 어렵다고 본다. 현대차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검토할 가치가 없다. 결국 자동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꺼내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역이기주의라 해도 무방하다. 자동차를 아는 사람이라면 10만대 신규 설비로 소형경형차 유지할 수 없다. 현대차가 정치권 압박으로 광주형 일자리 받아들이면 총파업 등 노조 분규가 일어날 것이다. 광주형일자리는 지자체가 아닌 현대차나 기아차 등 단위 사업장에서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노사 합의에 따라 추진해야 맞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 전략실장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 전략실장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 전략실장 = 노조 반대가 워낙 심해서 안된다. 현대차는 기업 입장인데, 손해를 보고 할 수 없다. 주주가 있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 한국노총과 협의했다고 하는 노동계가 제시하는 안으로는 현대차가 판단하기에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가 노동계를 다시 설득해야 한다. 노동계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현대차 노조든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극단적이고 무리한 제시안으로는 현대차가 투자수익성을 고려해 사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투자하려는 대원칙이 중요하다. 투자를 하게 만들어도 모자랄 상황에 떠넘기듯이 압박하면 아무 것도 안된다. 손해 볼 사업에 누가 함부로 참여하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해도 이대로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현대차 결정자라도 손해 볼 게 뻔한 사업은 발을 뺀다. 엉겁결에 나섰다가 주주소송 등을 당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현대차가 최초 광주시와 협상한 기존 투자의향서와 너무나도 많이 뒤틀렸다. 이대로는 현대차가 절대 투자할 수 없다. 현대차는 주주들을 대변해야 할 기업이다. 돈이 안되는데 왜 투자하겠나.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노조가 협조해야 한다. 광주시와 노동계가 함께 논의해 제시한 4000만원에 근접한 근로자 임금은 비현실적이다. 경쟁력도 없다. 그럼에도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어떻게든 추진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 첫 시작을 광주에서 한 것이지, 전국적으로 모델링이 잘 된다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잘사는 ‘소득주의 성장시대’를 맛보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런 장밋빛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광주시와 정치권이 양보해야 하고, 가장 양보해야 할 곳이 노동계다. 광주시가 노조와 협상할 때 너무 노동계 편을 들었다. 최악의 상태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현대차가 용인할 수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 광주시가 노동계와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하면 ‘광주형일자리’라는 소중한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