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힐링 작가' 이정현 "길 잃고 방황하는 청춘, 내 글이 등대가 됐으면"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18-11-12 07:00 수정일 2018-11-12 07:00 발행일 2018-1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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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설렐 준비 됐나요"…청춘 힐링 작가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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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작가.

‘달은 그림자가 있어서 더 예쁘게 보이는 때도 있어. 오롯한 그 마음이 비어 버렸다 슬퍼하지 않았으면. 그림자를 안을 수 있을 때 초승달도, 그믐달도 되는 거지. 그러다 보면 그 마음도 곧 둥글게 차오를 거야.’

이정현 작가의 저서 ‘달을 닮은 너에게’의 한 구절이다. 에세이 작가이자 시인인 이 작가의 글 전반에 흐르는 감성을 잘 보여준다.

최근 홍대입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7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특히 젊은 청춘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글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사랑의 실패, 성장통 등 청춘의 어두운 이면을 끌어안고 잔잔한 위로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 아닐까.

◇ 2년만의 신작 ‘함부로 설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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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달을 닮은 너에게’에서 “우리는 솔직하게 드는 감정들을 모른 체하거나 부끄러워하게 됐다”며 “이 책은 그렇게 달을 가리는 여러 구름들을 비워내 주고 싶은 책이에요”라고 말한다. 올해 7월에는 ‘함부로 설레는 마음’이란 에세이를 새로 선보였다. ‘달을 닮은 너에게’를 출간한지 2년 정도 공백 기간이 있었다. 작가 특유의 감성은 여전하지만 이번 책에 실린 글들은 한결 편안한 호흡으로 읽혔다.

이 작가는 “글을 쓸 때 특정한 콘셉트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마음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본인의 글이 무심코 바라보는 풍경처럼 편안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린 시절 상처가 됐던 일 등 숨기고 싶었던 과거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런 이유로 이 글을 쓰기 까지 망설임도 많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함부로 설레는 마음’이란 제목 때문에 이성 간의 사랑으로만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간과 삶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며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도전할 때 걱정에 주춤거리기 보다는 함부로 설레는 마음으로 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담았다”고 책에 대해 소개했다.

◇ 건축학 전공한 에세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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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신작 ‘함부로 설레는 마음’을 선보인 이정현 작가.

작가는 사진 찍기 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글과 함께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기도 한다.

영국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있는 친한 친구로부터 취미로 그림을 배우고 있다. 그의 드로잉이 독특하다고 하니, 대학교 시절 전공이었던 건축학 영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건축도면을 그릴 때 사용했던 선의 느낌이 살아있는 것이다.

건축학이 전공인데 어떻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다던 그는 부모님이 미대 진학을 반대한 탓에 차선책으로 공학과 디자인 요소를 모두 갖춘 건축학과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건축과 글이 상당부분 닮아있다”며 “군대에서 2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매일 일기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직업을 갖게 된 계기”라고 회상했다.

◇ 독립연재 ‘일상시선’

작가는 글을 통해 청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다. 그 중 ‘사랑’이란 주제를 빼놓을 수 없다. 책 제목처럼 청춘은 그야말로 함부로 설렐 수 있는 때이니까.

그는 대구에서 한 달하고 보름 남짓 사귀었던 친구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짧게 만났지만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던 친구였다”며 “그리움에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책을 쓰고 난 뒤에 지난 추억을 잊는 그대로 인정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데미안라이스가 옛 연인을 잊지 못하다가 자신이 만든 ‘The blower’s daughter’를 그 연인에게 들려준 뒤 비로소 잊을 수 있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고 했다.

이렇듯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이 작가는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게 돼서인지 평소보다 글이 잘 써지는 것 같다”며 “굳이 마음이 힘들지 않더라도 혼자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글 쓰는데 수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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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모든 것들이 글감이다. 그는 “생활하다 보면 문득 글로 쓰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는데, 첫 느낌은 추상적으로 다가온다”며 “첫 문장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당시 느꼈던 감정의 정체, 글로 쓰고 싶었던 이유 등이 분명해진다”고 작업 비결을 밝혔다.

그는 또 “일상이 다채롭지 않아도 된다. 시선의 차이라고 본다”며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일상시선’도 주로 일상에서 소재를 가져온다. 한 달에 구독료 만원을 내면 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데 벌써 꽤 많은 독자들이 구독하고 있다.

◇ 함부로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해요

글을 쓰고 싶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이 작가는 “그 순간, 시절에 드는 생각은 이후에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쓰는 게 중요하다. 일기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글은 독자로 하여금 좋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란 문구를 인용하며 작가로서 앞으로의 꿈을 전했다. 그의 글이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 등대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에게 비추이는 한 줄기 달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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