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칼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근본적 해결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입력일 2018-11-05 15:49 수정일 2018-11-05 16:05 발행일 2018-11-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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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김영신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공공기관은 흔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심지어는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대기업보다 공공기관을 선호한다. 공공기관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채용비리도 다양하다. 금융공공기관, SOC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등을 가릴 것 없이 채용과 관련된 구설수와 비리가 언론에서 뜨겁게 다뤄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1,4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의 채용에 대해 약 3개월 동안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에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편법과 위법으로 취업한 사람들을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워져 취업이 더욱 힘들어지고 공정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해 더욱 분노하는 듯하다. 또한 공공기관의 규모가 커지고 그 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즉 채용비리의 모집단이 커졌다는 것이다. 전수대상 공공기관 중 공운법상 공공기관은 388개이고, 지방공기업법, 지방출자·출연법상 지방공공기관은 847개다. 또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공기관이 아닌 공직유관단체가 268개이다. 여기에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와 출자회사까지 포함한다면 공공기관과 관련된 대상은 더욱 확대된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신입사원 선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 등 다양한 형태로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받은 지원자의 서류나 면접 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그나마 일반적이고, 심지어는 성적 점수와 관계없이 채용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 채용과 관련된 문제는 비단 신입사원이나 비정규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수차례 정권 교체시기마다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나 감사 등의 핵심 보직이 그동안 역대 정권의 전리품처럼 다루어져 오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임직원 채용과정에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모 언론사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하여 수사 의뢰한 64명 가운데 22명이 전·현직 기관장이었다고 한다.

민간 기업에서 적절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임원이나 직원들이 늘어난다면 그 기업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방만한 경영을 하거나 생산성이 낮다면 해당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더욱이 고객과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퇴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예외처럼 보인다. 2017년 기준 30대 공기업의 성과는 자산효율성(총자산회전율), 수익성(매출액영업이익률), 생산성(인건비 1원당 부가가치액) 등의 기준으로 볼 때 민간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즉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이나 생산성이 민간기업보다 낮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더욱 취약한 구조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처럼 경쟁의 압력이나 생존에 민감하지 않다. 심지어는 만성적 적자구조와 경영 부실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고 존속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공기관을 선호한다.

공공기관은 국가 발전과정에서 핵심 사회간접시설을 건설하고 다양한 공익사업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국민의 세금이 밑바탕이고, 민간에서 담당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근본적 해결은 공공기관을 시장경쟁에 노출시키고 정치권과 관료의 영향에서 벗어나 경영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때 가능할 것이다.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