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교육시선(視線)] 질문 바꾸면 파문이 일어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입력일 2018-11-04 15:01 수정일 2018-12-03 15:20 발행일 2018-11-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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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유영만 교수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우리는 지금까지 남이 낸 문제에 답을 찾는 교육을 받아왔다. 어려운 문제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정답을 찾는 사람이 우수한 학생 대접을 받아왔다. 이제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그 누구도 던지지 않는 문제를 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문제를 낸다는 것은 어떤 답을 기대할 것인지를 마음속에 그리는 일과 같다. 결국 좋은 문제를 내는 능력은 이전에는 없었던 색다른 답을 요구하는 능력과 같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인공지능이 쉽게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 예를 들면 호기심을 기반으로 질문하는 능력이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계도 질문할 수 있지만 알고리즘에 질문할 뿐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인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타성이나 통념에도 시비를 걸며 색다른 질문을 던져왔다.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지나가다가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를 보고 ‘저렇게 나무를 찍어대는 딱따구리는 왜 두통에 걸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호기심을 기반으로 생기는 질문은 예측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질문이 생길지는 본인 자신도 모른다. 그만큼 질문은 이제까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이처럼 색다른 질문은 관문(關門)을 바꾸고 추가로 던진 반문(反問)이 마침내 반전(反轉)을 일으킨다. 질문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 꽉 막혔던 난관 속에서도 갑자기 혜안을 떠오르게 하고 전대미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질문을 통해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관문을 만난다. 질문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약한 우리들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질문은 익숙한 집단의 소속감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진입하려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낯선 질문을 받으면 그 때부터 인간은 낯선 생각을 잉태하기 시작한다. 공부하는 삶으로 불길을 당기는 원천은 이전과 다른 질문이 내 가슴에 일으키는 파문이다. 온몸으로 퍼지는 파문은 수많은 질문을 양산한다. 질문은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와 다른 세계로 이끄는 자석과 같다. 어제와 다른 물음을 던질 때 물음의 그물에 어제와 다른 답이 걸린다. 삶의 본질은 어제와 다르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그물질에 걸린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의 그물을 바꾸지 않으면 그물에 걸리는 답도 바뀌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질문이 많아진다. 마찬가지로 뭔가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생기면 질문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미국의 작가, 메리 올리버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결국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같은 능력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질문이 많다가 사랑이 식기 시작하면 질문도 같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내가 하는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하는 공부를 사랑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파고든다. 공부는 호기심의 물음표를 던져 감동의 느낌표를 만나는 여정이다. 감동의 느낌표도 호기심의 물음표가 낳은 자식이다. 내가 던지는 물음표의 성격과 방향이 내가 얻을 수 있는 느낌표의 방향과 성격을 결정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