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칼럼] 표류하는 대한민국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입력일 2018-10-22 08:30 수정일 2018-10-22 08:30 발행일 2018-10-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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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

‘평화는 경제다.’ 이해하기 힘든 구호이다. ‘사람중심경제’는 애매모호하다. 구호와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촛불 혁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군사 혁명이나 프랑스 혁명이나 혁명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혁명은 이성적 절차보다는 힘에 의해 기존 체제를 무너뜨린다. 기존 체제는 국민적 합의 절차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버크(Edmund Burke)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향후 프랑스에서 발생할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프랑스 혁명 직후 버크는 향후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듣기 전까지는 사태의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권력의 행사 방식, 잘 훈련된 군대의 존재, 재정 운용의 효율성, 도덕과 종교, 재산권의 보호, 그리고 시민과 사회의 행태 등을 분석한 이후 프랑스 혁명은 단순한 일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의 성격은 정책 평가로 밝혀질 것이다. 그동안 실시된 정책들은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러한 혼란이 잠시의 일탈로 마감할지, 아니면 대한민국을 침몰시킬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통해서 한국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구호가 있다. 과연 그런가. 사실 지금 국민은 수사 대상이다. 서울 중앙지검에만 97명의 검사가 투입됐다고 한다. 소위 적폐수사로 1254명이 단속되고, 346명이 구속됐다. 공공기관의 인사에 개입했다고 작년 7월부터 5개월간 15명이 구속됐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은 178명이 조사를 받았다. 조사 받던 사람들 중에는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공기업 임직원, 변호사, 심지어 검사까지 자살을 선택했다.

공권력 행사가 도를 넘고 있다. 180여만 원 뇌물을 받았다고 검사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대법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승진 소식이 들려온다. 대학 교수가 강의실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했다고 명예훼손으로 법정구속 됐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구속되는 세상이다. 국민이 주인인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분배 악화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했다. 작년 5월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37.9만 명의 취업자가 증가했다. 올해 7월에는 0.5만 명으로 취업자 증가가 둔화됐다. 고용률은 떨어지고 소상공인들은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구호도 있다.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지고 지킨다. 모든 국민이 그렇게 노력해 왔다. 최저임금을 급상승시켜서 근로 기회를 빼앗는다는 비난이 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근로 기회를 없애면 국민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일자리를 잃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 구호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과연 선동의 끝은 어딘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란 구호의 정당성은 부동산 정책으로 무너진다. 강남 집값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강남에 살아보니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자신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지도 않는다. 다른 지역 부동산 시장은 어려운데 서울 부동산 시장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미분양 사례가 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미분양 주택 수가 작년보다 22.9%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구호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평화를 내세우면서 안보를 해체하고 있다. 평화와 번영은 북한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북한의 핵은 그대로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도 그대로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이들을 방어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금의 정부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과연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북한의 핵을 용인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생긴다.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잘못된 선택이다.

과연 대한민국이 더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바뀌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45%, 감사의 82%가 소위 ‘캠코더 인사’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2001년에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는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업무추진비 공개로 현역 국회의원의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자기 의무를 버리고 권력 유지에 매몰되고 있다.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기득권과 싸웠다고 한다. 군인으로서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투옥된 경험도 있다. 혁명적 사고의 소유자이다. 대중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헌법을 고쳤다. 양당체제를 해체하고 복지를 강화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가 약화 됐다. 국민의 뜻이라는 미명으로 부정 선거, 인권침해, 그리고 반대파 진압 등의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했다고 한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파괴되고 삼권분립의 원칙이 붕괴됐다. 보편적 무상 의료, 무상 교육, 가격 통제 등으로 단기적 인심은 얻었을지 몰라도 경제는 붕괴했다.

한국이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는 것인가. 삼권분립의 원칙이 무너지고,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정책 폐해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는 약화되고 대중의 탐욕은 정치 세력화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양준모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