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죽음'이란?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고 의미 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10-10 14:41 수정일 2018-10-10 14:43 발행일 2018-10-1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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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좋은 죽음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환자와 일반인은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는 것’을, 가족들은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좋은 죽음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3일 ‘호스피스의 날’이자 ‘세계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을 맞아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팀이 2016년 환자와 그 가족, 의사와 일반인 각각 약 1000명 씩 4176명을 대상으로 10가지 ‘좋은 죽음’에 대한 설문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와 일반인은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는 것’을 첫째로 꼽았고 가족들은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했다. 특히 가족에 대한 부담감, 가족 존재 여부, 주변정리 등 세 요소가 의사를 제외한 그룹 3분의 2 이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됐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삶이 의미있게 생각되는 것’이 첫번째였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은 좋은 죽음으로 ‘통증으로부터 해방’, ‘영적인 안녕상태’를 중요시 했다. 일본은 ‘신체적, 정신적 편안함’,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을 우선 순위로 꼽았으며, 영국은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 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 가는 것’ 4가지를 좋은 죽음으로 정의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죽음에 대한 가치가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구에서는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우선 순위다. 많은 환자들이 삶의 끝에 심한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족을 중요시한다.

윤 교수는 “이 연구에 나타났듯 환자가 임종시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함께 머무르며, 주변을 정리하고 의미 있는 삶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좋은 죽음에 대한 개념이 서구처럼 개인 중시로 차츰 변하고 있어 정부, 언론, 시민사회와 학자들은 이러한 의식변화를 인지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이 연구는 국제학회지 ‘종양 지지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10월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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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영국, 일본의 ‘좋은 죽음’에 대한 태도 비교 (자료제공=서울대병원)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