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신음 한국 청년들, 건강도 나빠졌다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10-09 15:09 수정일 2018-10-09 15:24 발행일 2018-10-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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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재 매칭데이
서울 마포구청 ‘2018 청년인재 매칭데이’모습. (연합)

취업과 결혼, 내집마련 등 수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20~30대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다양한 질병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우울증, 화병(火病),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과 더불어 나이든 세대에서 자주 발병하는 당뇨, 통풍, 탈모 등의 환자수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세대의 당뇨와 우울증, 화병, 공황장애, 통풍질병 환자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당뇨가 5년간(2013~2017) 38.9% 증가하면서 대표적인 노인질환이라는 인식을 깨고 20대가 연령대별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50~60대 중년이 주요 대상이던 탈모 역시 20~30대의 젊은 환자가 전체의 43.8%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탈모증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정신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년들이 학창시절부터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지만,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괴롭히다 결국 건강을 해친다는 진단을 내놨다.

강영 한국심리상담센터장은 “최근 청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해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스펙을 쌓으며 다른 연령대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은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 신체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이혼·맞벌이 등으로 가족의 울타리마저 불안정해지며 정신적 상처를 위로받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삶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SNS 활동도 이들의 건강악화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나친 SNS 활동이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불만감을 높여 정신적, 육체적 병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NS가 겉모습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좋아보이는 것만 쫓다 보니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부족함·패배감을 느끼며 우울증·화병 등의 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NS활동 시간을 줄이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순마음의원 최순호 원장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담당자 교육 및 대국민 캠페인 등 청년들의 정신건강 회복에 있어 치료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