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칼럼] 주당 법정 근로시간만을 정하는 것이 최선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입력일 2018-10-01 09:44 수정일 2018-10-06 10:35 발행일 2018-10-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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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교수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현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소위 워라벨)을 위하여 1주당 총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한 것)으로 제한했다. 연장근로시간 12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도 포함된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 전에는 1주당 총근로시간이 68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과 휴일근로시간 16시간을 합한 것)까지 가능했다. 이 번에 총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 한 배경에는 한국근로자가 그 어느 국가보다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있다. 문제는 이런 전제가 과연 옳은가하는 점이다.

먼저 산업화 이후 일정시점부터 평균 취업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는 점을 알 필요가있다. 광공업의 경우, 1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197659.0시간으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98년에 49.2시간(이 때 처음으로 50시간 이하로 떨어졌으나 그 이후몇 년은 50시간을 약간 넘겼던 해도 있음), 2003년에는 49.6시간(이후의 모든 연도에서 주당 취업시간이 50시간 이하로 내려감), 2013년에는 45.0시간으로 감소했다.참고로 다른 산업이나 전체 가구로는 1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2-3시간 짧았다. 최근에는 1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2013년보다 약간 더 짧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만을 놓고 보면, 장시간 노동은 1960-1990년대가 해당되고 2010년대 후반인 현재는 그렇다고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국보다 공업화를 훨씬 일찍 시작한 독일, 영국, 스웨덴 등보다는 현재 한국의 평균 취업시간이 상당히 긴 것은 틀림없다.

취업시간을 기준으로 근로자 수의 비중을 보면 어떻게 되는가? 1976년 광공업의 경우에,전체 근로자의 69.1%가 주당 54시간 이상, 전체 근로자의 18.2%가 주당 45-53시간을 노동했다. 둘을 합하면 87.3%로서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가 주당 45시간 이상을 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76년에 대부분의 취업자는 장시간 노동했고 취업시간 35시간 미만의 불완전고용은 전체의 4.9%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에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광공업의 경우에,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와 주당 45-53시간의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각각 21.0%30.4%였다. 이것은 주당 45시간 이상의 취업자는 겨우 절반을 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기 특징적인 것은 주당 35시간 이하의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11.1%이다. 1976년에 비하면 2013년에 불완전고용 취업자의 비중이높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한국의 노동자가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린다는 통념은 1960-1990년대에나 맞는 것이다.물론 한국보다 공업화를 일찍 시작했고 평균소득이 높은 서양의 몇몇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노동시간이 긴 것은 맞지만 말이다.

그러나 주당 54시간 이상의 장시간 취업자가 한국사회에서 일정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은 자발적으로 그렇게 한 경우라는 점이다. 그 경우에 법률로 노동시간을 규제하면 노동자 또는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제작 업체들은 법 개정 이전부터 규제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염려했다. 또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이줄어들게 되면 노동자는 소득감소보다는 장시간 노동을 원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규제가 노동시간을 줄어들게 만드는 대신에 저녁이 없는 삶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주당 취업시간이 54시간을 넘고 그런 노동이 순전히 자발적인 것이라면 주당 52시간 이상을 노동하지 것을 규정하는 것은 규정이 이제 규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정부가 그렇게 규제함으로써 일자리를 약간 늘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증의 문제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미국은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만을 규정하고 있다.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조건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계약이나 협상에 의해 결정하도록하고 있다. 한국도 본격적인 공업화를 시작한지 50년이 넘었기 때문에 노사관계에 대한 규제를 필요 최소한으로 하여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분석은 취업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는 비공식 노동을 적지 않게 하고 있다. 비공식 노동이란 취업시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시간에 포함해야 하는노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정시 출·퇴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은 비공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조사된 바도 없다. 그리고 주간 단위로는 그 시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시간이 업체마다 모두 다르겠지만말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취업시간에 추가한다면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다른 나라 노동자보다 결코 짧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업의 오너들이 사원들의 복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노동자의 업무 스타일과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이것은 기업 오너들이 약간의 인센티브를제공하여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