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원전’ 족쇄 풀어야 ‘에너지전환’ 성공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18-09-16 16:23 수정일 2018-09-16 16:28 발행일 2018-09-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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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훈 산업/IT부 차장

원자력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일까? 아니면 악마의 선물일까? 너무나도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지만 ‘친원전’과 ‘탈원전’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에 내던져진 물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흔히 서로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기에 논란은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흑백논리가 돼 버렸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에너지전환시대다. 그동안 탄소로 이뤄진 화석연료는 산업화의 상징으로, 우라늄의 원자력은 현대과학의 총아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제 그 소임을 태양과 바람과 물이라는 무한 미래에너지로 넘겨주기 위한 과도기가 곧 에너지전환시대인 것이다. 그사이 화석연료는 지구오염의 주범이라는 굴레에 묶였고, 원자력은 위험한 기술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간의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력과 이로 인해 누렸던 사회적 편익은 순식간에 삭제되고 시퍼런 멍에를 떠안고 사라져야 할 기술로 내몰리게 됐다.

그러나 무한 재생에너지에도 한계는 있다. 경제적으로도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고 안전성과 환경파괴라는 숙제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원자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낼 수만 있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턱없이 모자란 생산량과 안정적이지 못한 공급은 화력이나 원자력과 비교해 아직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없는 한 여전히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에너지전환은 아직 미완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재생에너지로의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은 원자력을 앞서는 경제성과 기술력이 밑바탕이 돼야만 가능하다. 올 연말에 수립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반드시 ‘탈원전’이라는 족쇄를 풀고 재생에너지와의 공생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