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 정략적 합의보다 실질적 법안 심의 우선해야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18-09-12 09:41 수정일 2018-09-12 10:30 발행일 2018-09-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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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소위원회의 해요? 일 안 하는 거 들켰네”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의소위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한 의원의 대답이다. ‘습관적으로 극적인’ 여야 합의에 부랴부랴 밀린 법안을 심의하다 보니 의원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지만 실상은 당론과 당의 정략적 관계에 묶여있다. 그 탓에 같은 당이라도 충분한 토론도 없이 설익은 당론에 따르게 되고, 이를 기초로 한 여야 합의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여론에 떠밀려 얼기설기 짠 합의 아래 급하게 법안 심의에 나서니 원만하게 진행될리 만무하다. 뒤늦게 이견이 튀어나오고 부족한 검토 탓에 생각지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터진다.  경제상황이 엄중하다. 몇 년 동안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개혁법에 최근 이목이 쏠린 이유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개혁 의지를 피력해 이번에는 정말 일보전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전통적인’ 주먹구구식 합의와 회동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법안 심의 주체인 상임위도 후반기 국회 들어 구성이 바뀐 데다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았던 법안들을 여야 합의에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논의하니 속도가 붙을 리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각 당의 당리당략에 매몰돼 법안 심의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언제까지 이리 방기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의 법안심의를 말 그대로 ‘상시화’하고 여야는 이를 토대로 처리할 안건을 합의해야 한다. 꼭 필요한 법안을 꼼꼼히 살펴 때에 상관없이 합의를 이루는 대로 처리해야 한다. 이번 규제개혁법안부터 ‘일괄처리’라는 정략적 합의를 깨고 시급한 법안을 하나하나 통과시키길 기대한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