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O 시장 '우울한 가을'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8-09-10 16:11 수정일 2018-09-10 16:12 발행일 2018-09-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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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일주일에 많으면 서너 개의 기업공개(IPO) 소식이 있지만 공모주 시장의 열기는 뜨겁지 않다. ‘상고하저’의 흐름을 생각했던 올해 한국 경제 상황이 예상과 달리 빠르게 악화되면서 국내 증권 시장의 분위기도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해도 정부의 코스닥 상장요건 개편, 코스닥벤처펀드 출범 등 호재가 즐비했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위기 등 대외적인 악재에 국내 증시도 맥을 못 추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IPO 시장도 얼어붙었다. 상반기 IPO 기업수는 21곳으로 지난해와 같았지만 공모 규모는 7800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상반기의 16.3%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어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IPO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걱정이 커졌다. 하반기 빅딜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IPO 기업들이 잇따라 회계 감리 이슈에 발목이 잡혀 상장일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SK루브리컨츠에 이어 HDC아이서비스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IPO 계획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공모규모가 1조원이 넘는 신규 상장사가 유가증권시장에 2곳, 코스닥시장에 6곳 있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단 한곳도 없는 상황에서 증권가에서는 올해 공모 규모가 최근 4년 중 가장 저조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어려운 시장 분위기 속 IPO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제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꾸준하게 신규 상장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우울한 연말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