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류세 손 안대고 코풀려는 정부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8-09-03 15:36 수정일 2018-09-03 15:37 발행일 2018-09-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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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국내 유가가 지난주까지 9주 연속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고가 지역인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1.4원 오른 ℓ당 1707.4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87.1원이나 높아 지역 간 차이도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에 따른 유가 하락 요인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상승 요인이 혼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유가도 지금처럼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와 약 3~4주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국내에서도 가격이 함께 뛰는 반면, 국제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주유소에서의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유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 때문이다. 특히 유류세의 경우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일반 휘발유의 경우 ℓ당 745.89원, 경유는 528.75원이 일괄 부과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해서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반면 정부 차원의 유가안정대책은 보수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상승 리스크에 대비한 석유류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통해 가격인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 알뜰주유소의 비중 자체가 10% 이하인데다가 알뜰주유소와 SK에너지·GS칼텍스 등 브랜드 주유소와의 가격 차이가 ℓ당 50원 이하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석유 유통구조의 혁신을 통한 유가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