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드라마 주연 잇단 중도하차 '씁쓸'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8-08-27 15:33 수정일 2018-08-27 15:34 발행일 2018-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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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최근 두 편의 드라마 주연을 맡은 젊은 배우들이 잇달아 극에서 하차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 명은 드라마 촬영 전 의무경찰 선발시험에 응시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아 종영을 2회 남겨놓고 군에 입대했다. 다른 한 명은 역할에 과몰입한 나머지 섭식 및 식욕장애를 앓아 끝내 드라마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3:비긴즈’ 윤두준과 MBC 드라마 ‘시간’ 김정현 얘기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건강상 문제니 두 배우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주연배우의 중도하차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윤두준의 입영일이 정해진 상태에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소속사와 방송사가 회차를 미리 조정해야 했다. 김정현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극중 인물에 심취해 ‘태도 논란’을 낳았다. 사전에 충분한 상담을 통해 짐을 덜어줬다면 부담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주연배우의 중도하차라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식샤를 합시다’는 총 16회에서 14회로 조기종영한다. ‘시간’은 배우 교체나 조기 종영 없이 이미 확보한 김정현의 촬영분으로 예정된 16부작을 모두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주인공 없는 드라마가 설득력 있게 기획의도를 담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앞으로 이들의 후배들 역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군입대 시기를 조율하지 못해 갑작스럽게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더불어 주 68시간 이상 고생하는 스태프들, 드라마 광고주와 채널 모두에게 민폐를 끼쳤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다. 주인공 하차로 드라마의 방향은 혼미해졌다. 방송은 시청자와 약속인데 이를 어겼다는 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주인공의 특권과 출연료는 왕관의 무게를 지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