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에 발목 잡힌 韓 첨단 의료기기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08-26 16:19 수정일 2018-08-26 16:22 발행일 2018-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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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노은희 산업IT부 기자

의료기기 업체 뷰노는 지난 5월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med-BoneAge)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이 기기는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 환자의 뼈 나이를 제시해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돕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년간 수집된 엑스레이 영상 수 만 건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수준의 판독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2017년 3월부터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으로 선정돼 임상시험 설계에서 허가까지 맞춤 지원을 받았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이처럼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의료기기로 허가까지 받았지만 정작 시장 진입(판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및 신의료기술평가’ 규제 때문이다. 이 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 해당할 경우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대상 여부조차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기기의 판매를 가로막는 또 다른 규제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클라우드를 의료에 접목해 사용하는 기술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이 그것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료기기가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사전인증(pre-cert)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AI 의료 기술 활용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안전성 평가지표를 만들고, 시판 후 성능 재평가 방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첨단 의료기기의 개발에 발 맞춘 ‘첨단의료기기 개발 촉진 및 기술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등의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조속한 제정으로 기업들이 인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제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노은희 산업IT부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