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편요금제가 몰고 올 후폭풍

선민규 기자
입력일 2018-08-22 15:18 수정일 2018-08-22 15:19 발행일 2018-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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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선민규 기자
선민규 산업IT부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3만원 대 요금제에 1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신규 요금제를 나란히 내놓으면서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보편요금제’의 실효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없었다면 이통 3사의 자발적인 요금제 개편도 없었을 것이란 정부의 설명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현저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지난 21일 LG유플러스는 3만3000원에 데이터 1.3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새롭게 내놨다. 25% 선택약정을 포함하면 월 2만4750원에 데이터 1.3GB와 음성·문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3만원대 요금제를 개편한 KT와 SK텔레콤도 이와 유사한 가격과 혜택을 제공한다. 보편요금제가 월 2만원대 요금제에 데이터 1GB와 무료 음성 200분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통 3사의 요금제가 더 큰 효용을 가진 셈이다.

보편요금제 추진이 이통 3사의 자발적인 통신비 인하를 불러왔고, 향후 지속적인 통신비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불러올 부정적 효과가 통신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이통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경쟁력으로 삼던 알뜰폰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 보편요금제가 이통3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ISD(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 제도)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통신사업자의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산업의 발전을 무시한 채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성과에만 집착한다면,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연쇄적 피해 역시 국민의 몫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선민규 산업IT부 기자 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