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엄마도, 아이도 집과 함께 살며 사랑하며 성장하며 ‘공동체 주택이 답이다’ 김은재 작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8-22 07:45 수정일 2020-05-29 13:43 발행일 2018-08-2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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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란, 전세대란, 집값 천정부지…내집 마련 고심하다 6가구와 공동체주택을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 담은 '공동체 주택이 답이다!'
공동육아 산어린이집(산집) 경험으로 집짓기부터 입주 그리고 3년째  "'응팔'처럼 살고 있어요."
공동체성 회복, 소통과 협업, 공동육아…수익형 부동산까지 운영하는 모델로 노인문제, 1인가구, 노후대책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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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집을 지어 살다 보니 방법만 알면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공동주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세 대란에 정기적으로 짐을 싸야 한다. 그렇게 내가 몸 하나 뉘울 공간이 없다. ‘공동체 주택이 답이다’의 김은재 작가는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이자 청소년 성장소설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의 작가이기도 한 그는 6가구가 모여 연면적 520.32㎡(157.68평) 4층짜리 공동체 주택 ‘산뜰’을 짓고 살고 있는 과정을 책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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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주택이 답이다 | 김은재 지음 | S출간

“저의 집에 대한 로망도 그랬어요. 최대한 돈을 모아서 대출을 덜 끼고 쾌적한 브랜드 아파트를 소비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공동으로 육아를 하는 산어린이집(산집)을 경험하면서 공동체 주택을 지었죠. 그렇게 집을 짓고 살다 보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시는데 궁금해 하시는 게 비슷하더라고요.”  

책의 4개 파트는 공동체 주택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들로 구성했다.

파트 1 ‘공동체 주택 짓기 하드웨어 편-2억으로 343일 만에 집 짓기’에는 주택의 규모와 필요 자금, 공사기간, 땅콩집과 다른 점 등의 설명과 더불어 함께 할 가구 모으기부터 입주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파트 2 ‘공동체 주택 짓기 소프트웨어 편=집 짓는 데 돈과 시간 말고 필요한 것’에는 어떤 마음으로 건물을 지었고 삶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공동으로+주택에 살면 어때요?’에는 공동체 주택에 관심을 가지고 산뜰을 들고나던 이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눠 담았다.

마지막 장인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집이 해주다!-동상이몽, 산뜰 이야기’에는 김은재 작가의 에세이에 가깝다. 단순히 싼값에 내 집을 짓는 것을 뛰어넘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의 생각, 마음가짐,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뀌고 성장했는지에 대해 담담하게 적었다. 각 장의 끝에는 선입견을 깬 경험을 담은 ‘아웃 오브 박스’, 함께 살고 있는 6가구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았다.

“요즘 유튜브에 가구, 전자제품, 화장품, 맛집 등 많은 리뷰들이 있는데 집에 대한 건 없잖아요. 주입식으로 교육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아파트, 빌라,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 똑같이 지어진 데 들어가는 것만 정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취향이나 생각, 라이프 스타일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지어진 그런 집들이요.”

그렇게 공동체 주택 ‘산뜰’을 리뷰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는 그는 “그렇게 살다 집을 짓는 행위 자체가 삶에 주도성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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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뜰 식구들(사진제공=김은재 작가)

“작은 공간이지만 내 뜻대로 지은 집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효능감을 맛봤어요. 저는 교사라는 제 직업을 너무 좋아하지만 영문학, 국문학을 전공한 저 조차도 고전, 문학 등이 자본주의 하의 삶에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집을 짓기 위해 건축학을 따로 공부하면서 모든 산업, 삶의 요소요소에 인문학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달았죠. 건물과 집을 짓는 데는 삶의 철학, 인류에 대한 생각 등이 고스란히 담기거든요.”

그렇게 3년을 6가구가 어울려 살면서 나답게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김은재 작가는 아동문학가로 등단했고 청소년 성장소설을 집필·출간했다. 그 소설의 제목이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가 된 것도 산뜰에서 살면서 깨달은 자기 주도적 삶과 연결된 것이다.

“이전에 제가 살던 아파트였다면 아이를 돌보면서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는 등이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육아는 오롯이 제 몫이었을 거고 절대적으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산뜰에서는 제가 글을 쓰고 있으면 아이가 알아서 윗집 형이랑 지하 놀이공간에서 놀고 끼니 걱정을 하고 있으면 앞집에서 먹을 걸 넣어주세요. 다른 부모에게 따로 부탁을 하거나 아이에게 일일이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렇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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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주택이 답이다’의 저자 김은재 작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를 “건물이 아이를, 저를 돌봐줬다”고 표현한 김은재 작가는 “세 식구가 섬처럼 살다 다른 가족들과 살면서 ‘공동체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옛 어른들이 농사일을 하면서 각 집에서 품을 내어주듯 사정에 따라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처럼 살고 있어요. ‘응팔’에서 엄마 없는 택이(박보검)의 식탁이 이웃들의 챙김으로 풍성하게 차려지는 게 너무 좋았어요. 교사로서 아이를 대할 때도 좀 달라졌어요. 원래도 아이들(제자들)을 예뻐했지만 산뜰에서 다른 집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돌보고 제 아이를 맘 편하게 맡기면서 이 아이가 집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예쁠지를 깊이 깨닫게 됐거든요.”

더불어 6가구가 모여 집을 짓고 살아가면서 ‘소통과 협업의 가치’에 대해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층수와 평수를 정할 때나 지하 놀이공간을 조성할 때뿐 아니라 사소하게는 공기청정기를 들이는 일까지도 끝장토론 끝에 결정한다. 집을 지을 때는 거의 매일을 새벽 5시까지 토론을 하고 공기청정기를 들이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을 정도였다.

“누구 하나라도 불만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공동체 생활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각 가구가 자신의 마음에 들고 라이프스타일에 맞아야 하니까요. 공동체 주택이 진짜가 되려면 싼값으로 내집을 짓는다는 의미를 넘어 보다 풍요로운 삶이 돼야하니까요. 3년쯤 살다 보니 자치규약이나 역할 분담 없이도 알아서 굴러가는 걸 경험했어요.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참여해야하는 건 한달에 한번 있는 총회 뿐이에요. 가족 단위도 아니고 각 가족구성원별로 자신이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고 참여하면 돼요.”

모여서 밥을 먹거나 자리를 가질 때 반드시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한 아빠는 틈만 나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고 김은재 작가 역시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는 ‘잠수’를 타곤 한다. 은근 손이 많이 가는 주택의 개·보수도 일사분란하게 주도적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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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뜰의 아이들(사진제공=김은재 작가)

“자치 규약보다는 솔선수범과 자발적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소한 것까지 총회 안건에 올리면 회의하다가 시간을 다 허비할 거예요. 저희 윗집 아빠인 손도끼님은 ‘마당쇠’라고 놀릴 정도로 마당의 풀을 뽑고 관리하세요. 맏형님이신데 사시사철 그렇게 몸을 움직이시죠.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해 했지만 당사자인 손도끼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본인 눈에 거슬리는 일만 하자. 다른 사람이 불편한 마음으로 끼어 들게 하지 말자고 하면서 절로 일사분란해졌단다.

그렇게 은연 중에 손도끼님은 마당을 관리하시고 드래곤님은 전구를 갈고 누렁소님은 묵묵히 아무도 모르게 방충망을 해두시고 공용공간에 필요했던 수도시설을 증설하시고…그렇게 되더라고요.”

정해주지 않아도 누군가는 풀을 뽑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구를 갈고 또 누구는 보다 싸게 인터넷 이용하기 등을 알아보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바비큐 파티를 위해 장을 보고 불을 피우는 등 잔심부름을 기꺼이 도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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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주택이 답이다’의 저자 김은재 작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내 라이프스타일 대로 집 지어보고 허심탄회하게 끝장토론 형식으로 소통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며 이웃과 협력하면서 살아보는 세 가지 경험이 합쳐지니 못할 게 없어요. 공동체 주택이 젊은 세대들, 노인분들, 1인 가구 등의 주거 문제나 가족형태, 삶의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을 줄이고 상가시설을 같이 조성하는 모델도 있어요. 수익형 부동산과 주거시설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주거문제와 노후대책도 해결할 수 있죠.”

“현재 놀이시설로 쓰고 있는 산뜰의 지하공간을 아이들 성장 후 회의를 거쳐 수익형 공간으로 변형할 수도 있다”고 전한 김은재 작가는 “누구나 공동체 주택이 맞는 건 아니다. 이미 운영 중인 셰어하우스 등에서 경험을 한 후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공동체 주택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선택지 중 고려할 만한 주거형태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외로운 전세 난민, 저는 ‘부레옥잠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떠다니다 제 뜻대로 저에게 필요한 것들을 갖춰 저렴하게 집을 짓고 살면서 아이 뿐 아니라 저 역시 성장하고 있어요. 제가 느낀 사람 냄새 나게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기쁨, 공동체성의 회복과 재미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