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쪽짜리' 후분양제

이계풍 기자
입력일 2018-08-20 15:26 수정일 2018-08-20 15:27 발행일 2018-08-21 19면
인쇄아이콘
gyepoong lee
이계풍 사회부동산부 기자

정부가 주택 부실시공 문제 해결을 위해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음 달부터 수요자들이 일정 수준 지어진 집을 미리 둘러본 후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후분양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후분양제는 착공 전 건설사 측에서 제공하는 조감도만을 보고 분양을 결정해야 하는 선분양제와는 달리 주택 건설 상황을 직접 확인한 상태에서 분양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부실시공 등의 불안 요소를 사전에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시공사의 갑작스런 부도로 인한 공사 중단 및 투기세력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에 대한 부담감도 떨쳐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후분양제가 수요측만 고려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후분양을 시행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의 ‘2018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건설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80%의 공정률을 60%까지 대폭 낮추는 등 각종 혜택도 지원한다. 정부의 계획안만 들여다보면,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 모두를 배려한 균형 잡힌 정책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분양이 시행될 경우 건설사들은 은행의 PF 대출 등을 통해 공사비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사 대상의 금리우대 정책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후분양제의 시행은 건설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에게는 더욱 비현실적 제도란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면 공사 비용도 올라갈 것이며, 건설사들은 오른 공사비용을 최종 분양가에 모두 반영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계풍 사회부동산부 기자 kp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