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맥주에 대한 기초상식부터 홈브루잉까지! All That Beer '크라프트 브루' '맥주어사전'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8-08 07:06 수정일 2018-08-08 15:10 발행일 2018-08-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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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유안 퍼거슨의 '크라프트 브루', 크라프트의 다양한 정의부터 꼼꼼하게 적어내려간 50개의 세계 유명 수제맥주 레시피
라구니타스, 마블의 맨체스터 비터, 미켈러 크림 에일, 펑크 IPA 브루독, 브루클린 브우어리 등 레시피 소개
리스 에미의 '맥주어사전', 맥주 라벨, 파우스필, 바디, 거품, 피니시 등 시시콜콜 맥주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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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는 37년 된 정겨운 동네 선술집의 나폴리탄 면과 함박스테이크에도, 돼지고기 로스마늘구이 정식에도, 윤기가 흐르는 부드러운 장어덮밥에도 시원한 맥주를 곁들였다.

평생을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분주하게,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았던 ‘방랑의 미식가’ 가스미(다케나카 나오토)는 예순이 넘어서야 즐기는 한낮의 맥주 한잔에서 자유와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몸서리를 쳤다.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육박하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폭염이 계속 되는, 목 울대를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한 요즘이다. 그런 맥주에 대한 책 두권 ‘크라프트 브루’(Craft Brew)와 ‘맥주어사전’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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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 브루 Craft Brew | 유안 퍼거슨 지음 | (사)한국맥주문화협회 감수 | BOOKERS 출간(사진제공=BOOKERS)

‘맥주어사전’에 따르면 기원전 6000년경 제4기 빙하기가 끝나고 곡물을 재배하던 인간이 맥아를 이용한 빵을 물에 빠뜨리면서 맥주의 역사가 시작됐고 ‘크라프트 브루’는 애초 맥주의 전성기가 끝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맥주의 인기는 오늘날까지도 식을 줄을 모른다.

‘크라프트 브루’는 수제맥주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타임아웃 런던’에 전세계 멋진 술집을 소개하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편집자 유안 퍼거슨(Euan Ferguson)으로 한국의 사단법인 한국맥주문화협회가 감수했다.

‘크라프트 브루’는 맥주 레시피를 소개하기 전 ‘크라프트’라는 용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수제’여서 생산량이 적은 혹은 독립 브루어리에서 생산한, 또는 강렬한 맛·높은 도수·맥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재료 등을 특성으로 하는 맥주. ‘크라프트 브루’는 한해 60만 배럴의 맥주를 생산하는 라구니타스(Lagunitas), 뒤통수를 때리기보다 부드럽게 감싸는 맛을 지닌 마블의 맨체스터 비터(Marble’s Manchester Bitter) 등을 예로 들며 그 다양한 해석마저 깨뜨리고 시작한다.

책에는 ‘밀, 세종, 사우어’(Wheat, saison & sour), ‘레드, 앰버, 호밀’(Red, amber & rye), ‘페일 에일, IPA, 라거’(Pale ale, IPA, lager), ‘스타우트, 포터, 블랙’(Stout, porter & black), ‘브라운, 벨지안, 비터, 스트롱’(Brown, Belgian, bitter & strong) 5개로 크게 나눠 그에 맞는 50명 브루어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비전형적이고 실험적인 미켈러의 크림 에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눈과 입을 동시에 사로잡는 펑크 IPA 브루독, 크라프트 맥주의 원조 격인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브루어리까지 50개 맥주의 레시피에는 쓴맛의 정도, 도수 등이 깨알같이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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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브루독, 미켈러, 스모그로켓(사진제공=BOOKERS)

레시피 설명 전에는 맥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담은 키트, 건조맥아 추출물, 완전곡물방식 등 단계별 홈브루잉 방법을 소개하고 물, 맥아, 홉, 효모 등 재료들과 온수탱크, 당화조, 회전식 스파징 암, 끓임조, 필터, 워트칠러, 에어락, 랙킹 케인 등 기본적인 것들 그리고 홉백, 에어레이터, 케그·탭·이산화탄소, 나무 배럴 등 전문가 수준의 고급 장비까지를 소개한다.

살균소독을 시작으로 당화, 여과, 끓임, 홉 스탠드, 냉각 및 사소 투입, 효모 투입, 발효 및 드라이 호핑, 프라이밍·병입 및 숙성 등 8단계 과정, 맥주 레시피에 필요한 고유언어를 설명하기도 한다.

‘크라프트 브루’의 저자 유안 퍼거슨은 크라프트 맥주의 핵심을 가내양조, 홈브루잉(Home Brewing)이라고 강조했다. 양보다는 질, 마진보다는 원칙, 냉소보다는 영혼을 중시하는 맥주라고 정의하면서도 결국 ‘크라프트’ 정의는 각자의 몫이라고 당부한다.

결국 ‘크라프트 브루’에 소개된 유명 브루어들의 레시피는 출발점일 뿐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혹은 마구 샘솟는 실험정신을 발휘해 쓴맛·탄산·거품 정도를 맞추면 된다. 더불어 색다른 풍미를 위한 부재료는 스스로의 창의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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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어 사전 | 리스 에미 지음 | 세노오 유키코 감수 | 웅진 지식하우스 출간(사진제공=웅진 지식하우스)

‘크라프트 브루’가 다소 전문적이며 직접 양조한 맥주를 마시고 싶은 적극적인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면 ‘맥주어 사전’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맥주 교양 입문서다.

‘크라프트 브루’의 낯선 용어들 대부분은 ‘맥주어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번역가인 리스 에미로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과 교토를 오가며 쌓은 해박한 맥주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일러스트를 곁들였다.

‘맥주어 사전’은 간단한 맥주의 역사부터 원료와 부원료, 만들어지는 과정, 스타일과 마시기 전 확인해야 할 풍미·거품·보디(Body)·마우스필(Mouthfeel)·색·아로마·피니시, 쓴맛의 정도를 수치화한 IBU, 알콜도수 ABV(Alcohol by Volume) 등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더불어 맥주의 풍미를 나타내는 너티, 어시, 페놀릭, 떫은 맛, 크리미, 스모키, 드라이, 프루티, 에스테르, 호피, 스파이시 등에 대한 한줄 표현도 흥미롭다. 맥주의 풍미와 향을 결정짓는 빵, 커피부터 다양한 향신료, 과일, 곡물, 꽃, 허브, 흙, 시가 등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이해를 돕는다.

집에서 맛있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스타일에 어울리는 잔 고르기, 적정온도, 효모 주의 하기, 병을 따는 방법, 따르기 비법 등 그야 말로 시시콜콜한 기초 상식부터 전문가적 비법까지를 총망라한다.

세계 맥주 스타일, 일본과 한국의 브루어리 등 펼침면 지도에는 보다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는 페이지를 기입해 인덱스 역할을 한다. 요구르트 브랜드로 알고만 있던 파스퇴르, 서른세 가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나 외치던 파인트, 이슈메이커 페리스 힐튼, 맥주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맥주와 인연이 깊었던 아인슈타인, 시럽으로 주로 접한 아가베, 복근이 아닌 다른 의미의 식스팩 등의 용어가 새삼 신기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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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어 사전’의 안주(왼쪽)와 ‘크라프트 브루’에 소개된 투버즈 브루잉(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BOOKERS)

최신 트렌드를 담은 BYOB(각자 술은 각자 지참), 와인에만 적용되는 줄 알았던 빈티지와 라벨, 맥주에 어울리는 유쾌한 노래, 맥주 관련 신(神), 뉴욕의 비어 바 소개와 그곳에서 생기는 일을 담은 뉴욕에서 맥주 즐기기 ①②, 교토에서 맥주 즐기기, 맥주에 어울리는 각종 안주들 등이 가나다 순에 맞춰 구석구석 배치됐다.

뉴욕의 자비 출판 작가 마쓰오 유키의 ‘동부에서 서부로’, 고베의 영양사 오자와 모이카의 ‘건강과 맥주’, ‘맥주어 사전’의 감수자이자 웹매거진 ‘맥주 여자’ 편집장 세노오 유키코의 ‘여자’, 맥주 마니아 Juka의 ‘호스포다에서 배우다’, 가훈이 ‘술에 잡아먹혀도 토하지 말라’인 시라이시 다쓰마의 ‘사상으로 마시는 크래프트 비어’ 등 책 중간 중간 배치된 ‘비어 칼럼’을 읽다 보면 못말릴 맥주 사랑이 느껴져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