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MW ‘공든 탑’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18-08-05 14:57 수정일 2018-08-05 16:20 발행일 2018-08-06 19면
인쇄아이콘
이효정
이효정 산업부 기자

“내 차가 언제 도로 위에서 ‘화마’에 휩싸일지 모른다.” BMW 차주들은 이런 불안감을 안고 차량을 운전해야 한다. 결국 관계 당국인 국토교통부가 나서 ‘운행자제’를 권고했고, BMW코리아는 안전진단 및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안전진단을 마친 차량에서 또 다시 불이 났다. 이처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BMW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BMW코리아는 그동안 다양한 국내투자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 2014년 770억원을 투입해 세계 첫 자동차복합문화 공간인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를 열었고, 지난해 5월에는 경기도 안성에 1300억원을 들여 신규 BMW 부품물류센터(RDC)를 건립했다. 복합문화시설 송도 BMW 콤플렉스에는 450억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세워질 BMW 한국 위성 R&D 센터에 2020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하지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번 화재 사고로 회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 BMW코리아는 대규모 리콜 조치에 대해 ‘자발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특정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묵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안전진단과 렌터카 대여 등 대응책은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BMW 측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문제가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하지만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됐다고 볼 수 없다. BMW코리아는 그동안 쌓았던 명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것인가. 무엇보다 이른 시간 내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근본적인 대응책과 함께 고객의 불안과 불편함을 제대로 읽는 진심이 꼭 필요한 때이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