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직 '블록체인=도박판' 취급하는 정부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8-08-02 15:46 수정일 2018-08-02 15:47 발행일 2018-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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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비트코인 거품이 꺼지고 ‘진짜 보물’ 블록체인이 떠올랐다. 국내 유망기업들은 각 사의 기술력과 다양한 사업 분야를 융합한 신비즈니스 모델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블록체인을 가상화폐가 오가는 단순 투기시장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 경쟁국에 이미 주도권을 내준 ‘제2의 클라우드’가 탄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최근 에드라코리아는 단순 반복 계산으로 암호를 풀어내는 방식이 아닌, 연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논리분배형 블록체인 기술을 발표했다. 무한 하드웨어 노동을 위해 여러 장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밤새 프로그램을 돌릴 필요 없이, 스마트폰 만으로도 암호화폐 채굴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AMCex는 항공 마일리지를 블록체인화해 항공, 숙박,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계가 블록체인기술을 등에 업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들고 나왔지만, 여전히 시장생태계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블록체인 전문가는 포함시키지 않았을 뿐더러, 규제기관인 금융위원회를 진흥기관에 포함시키는 등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을 단순 가상화폐 거래소로 한정 지은 것이다.

블록체인은 주요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담는 것이 아니라, 개별 클라이언트에 퍼즐 형식으로 분배해 조각이 정확하게 맞아야 하나의 트랜잭션(거래)이 완성되도록 하는 보안 특화 솔루션이다. 개인PC의 하드웨어 자원을 활용해 대용량의 저장소 없이 데이터를 주고 받는 P2P(peer to peer)의 개념과 유사하다. 거래에 활용됐을 뿐 가상화폐와 전혀 상관 없는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핵심을 짚어내지 못해 기술의 잠재력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