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원순 VS 김현미' 힘겨루기에 주택시장 혼란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18-08-02 06:00 수정일 2018-08-02 06:00 발행일 2018-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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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관의 힘 겨루기가 예사롭지 않다.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3선 서울시장과 중앙부처 수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주민들과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박 시장이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와 용산을 개발하겠다”는 돌발 발언 직후 잠잠했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7월 한달 간 용산구 주택매매가격은 3.18% 상승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0.59%) 보다 5.4배 높은 수준이다. 여의도가 포함된 영등포구 역시 1.65%로 2위에 올랐다.

시장이 달아오르자 서울 집값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현미 장관은 여의도와 용산 집값 상승에 대해 우려하며 서울시 개발이 정부의 허가 없이 단독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박 시장은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개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최근에는 표준지 공시지가 결정권 논란까지 불거졌다. 시는 지난 주말 박원순 시장 명의로 현재 국토부 장관이 가진 ‘표준지공시지가 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상 국토부 장관 권한으로 돼 있는 것을 사회공론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양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권한 이양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계획에 대해 대립각을 종종 연출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임기 내 가시적 개발성과를 내려는 박 시장의 행보가 부동산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와 ‘엇박자’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으로 주민들과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일대 아파트는 12곳 6000여가구다. 낡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재건축이 늦어질까 걱정이다.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은 장기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일대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아닌 충분한 협의와 정보 공유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