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미공개 문건 추가공개… '정치는 진보, 경제는 보수' 판결 가이드라인 제시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8-01 11:02 수정일 2018-08-01 11:08 발행일 2018-08-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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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의혹' 미공개 문건 182개 공개…후폭풍 예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 파일 중 미공개 문서 파일 228건의 비실명화 작업을 마치고 이를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5일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문서 파일 중 판사사찰과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와 직접 관련된 문건 182개(중복문건 84건 포함)를 공개한 바 있다.

이날 새로 공개된 문건은 이미 공개된 문건과 중복된 파일 84개를 제외한 182개 파일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문건에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이나 청와대에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한 정황을 담은 문건들이 대거 포함돼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는 진보 경제는 보수’...판결 가이드라인 제시 = 법원행정처가 31일 추가 공개한 문건 중 ‘(박근혜 대통령 하야가)사법부에 미칠 영향’ 문건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법관들의 판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문건은 ‘대한민국 중도층의 기본적인 스탠스,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고 분석한 뒤 “대북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에서는 계속하여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함”이라면서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으로 제동을 건 사례를 들며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었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북문제와 경제, 노동 문제에서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위안부 피해자 소송도 거래 정황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 문건은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겠다고 예고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분석하고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위안부 피해문제를 합의하자 서울중앙지법은 이틀 뒤 위안부 피해자들이 앞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조정 신청이 불성립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예고하고 1월 28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부합하고자 정식으로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소송 내용을 검토하고 결론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유도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상고법원 도입위해 국회의원과 흥정 검토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부는 상고법원의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 법사위 위원들의 지역구 현안 해결을 흥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공개된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 전략 검토’ 문건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대구가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을 설득하는 방안으로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이전 추진방안’이 검토됐다.

또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을 설득할 방안으로는 ‘폐기물매립지 건립 예정에 대한 주민 강력 반발 현안’을 활용하는 방안이, 이한성 의원 설득방안으로는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성공 개최‘ 지역 현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경우에는 ’지하철 신(新)안산선 조기 착공 및 노선 연장 추진‘ 현안을,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특허 관할 집중 법안 국회통과‘를 설득에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