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염의 블랙홀에 빠진 ‘전력수요전망’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18-07-29 15:53 수정일 2018-07-29 15:55 발행일 2018-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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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훈 산업IT부 기자

마치 폭염의 블랙홀에 빠져버린 듯한 요즘이다. 폭염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자는 움직임까지 있으니 그 기세가 대단하다. 이런 폭염이 원망스럽기는 전력당국도 마찬가지다. 애초 전력당국은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월 중순 경 8830만㎾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 예측은 큰 오차로 일찌감치 벗어나고 말았다. 이미 지난 23일 최대전력수요는 9070만㎾를 넘어섰고 이어 24일에는 9248만㎾로 연이틀 최대전력수요를 갈아치웠다. 24일 오후 4시 35분경에는 전력수요가 9255만㎾까지 치솟고 전력예비율은 7.26%까지 추락하면서 공급 예비력은 전력수요위기 ‘준비’ 단계(500만㎾)에 근접한 672만㎾까지 떨어졌다.

전력당국이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하계 최대전력수요 전망이 크게 틀린데다 최근 들어 하루 전 전력수요전망까지 모두 빗나갔으니 ‘전문가집단’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함이 컸다. 전력수요 전망이 날씨 영향을 크게 받고, 기상청의 정확한 예보가 바탕이 돼야 함을 감안하면 억울한 면도 있겠으나,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잦은 건 이미 익숙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기상이변 변수를 전력수요전망에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2040년 목표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여기에 기상이변이라는 변수를 포함하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에 따른 탈원전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당장 올 여름 전력수급위기는 한차례 넘겼지만,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는 8월 중순부터 또다시 전력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기상이변을 감안하면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변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