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팔과 다리의 가격'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는 대기근이 벌어졌다. 1993년만 해도 예정된 배급일에서 며칠이 미뤄졌다. 19994년이 되자 공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이번 달 배급이 없다”고 공지했다. 1995년에는 완전히 배급이 끊겼다.
전력이나 철도 같은 사회기반시설도 무너졌다. 눈을 뜨면 누군가 죽어있었지만 배급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 시기 북한 주민 33만 명이 사망했다. 신간 ‘팔과 다리의 가격’은 일명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1996년 열차사고로 한손과 한 다리를 잃은 지성호 씨에 대한 장강명 작가의 논픽션이다.
지씨는 사고 뒤 꽃제비 생활을 하다 2006년 북한을 탈출했고 목발을 짚은 채 중국에서 라오스, 미얀마, 태국까지 1만여 킬로미터를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북한인권단체 ‘나우’를 설립 뒤 북한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진영논리로 이 책을 다루지 않았다. 다만 굶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하고 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집중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