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의 절규 귀 막은 국회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8-07-19 15:48 수정일 2018-07-19 15:48 발행일 2018-07-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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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올해보다 10.9%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 결정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사용자측은 높은 인상률에 우려를 나타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노사 자율 협약 표준 근로계약서를 제작키로 한 데 이어 청와대 앞 천막 농성까지 예고했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따른 갈등을 두고 을(乙)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최저임금 문제가 을(乙)과 병(丙), 즉 가게 주인과 종업원 간의 대립 구도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재 갈등의 핵심 이유일까. 고충을 겪던 소상공인들이 참다 못해 최저임금 인상을 기폭제로 삼아 수면 아래에 잠복했던 문제들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취재하다 만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애로사항을 물어보니 ‘임대료’란 답이 돌아왔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인건비는 부차적이란 뜻이다. 인건비는 가게 사정이 안 좋으면 줄일 수 있지만 임대료는 맘대로 줄일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 역시 “점주가 살겠다고 알바 직원에게 주는 돈을 빼앗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임대료·가맹수수료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과 가맹점주들의 아우성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개정안, 지역상권 상생발전법 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무려 24개에 이른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원부자재값 상승에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아 호소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소상공인 관련 법안 처리를 미적거릴수록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점점 더 깊어져 간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