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가격부담 어떻게 낮출까? … 처방·조제의약품비 절감 장려금제가 기본

김선영 기자
입력일 2018-06-27 21:02 수정일 2018-07-03 13:26 발행일 2018-06-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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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일반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로 약국마다 가격 최대 2배 차...할인판매 허용의 실상
약사회, 건보재정 부담 낮출 새 방안으로 ‘성분명 처방’ 추진 … 의협 “의약분업 본질 훼손” 반박

한국은 건강보험제도가 잘 정착돼 일반 질병 진료비 부담이 낮은 편이다. 1977년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의약품 가격 부담을 낮추는 다양한 제도가 등장했다.

정부는 2000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에 약제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2006년부터 비용 대비 효과(경제성)가 검증된 의약품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선별등재목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대부분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급여 상한가로 가격이 고정돼 있다. 반면 비급여 일반의약품은 ‘판매자가격표시제’에 따라 약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11월에 발표한 ‘다소비 일반약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일 제품인데도 약값이 최대 2배 가량 차이가 났다.

약가제도
원내 의약품 관련 건강보험 재정 절감책으로 '처방·조제의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해당 년도 반기(6개월치)의 의약품 사용량 및 구매비를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감소분만큼 그 요양기관(병원)에 장려금으로 되돌려줌으로써 의약품 저가구매, 과다사용 감소를 동시에 유도한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2014년에 소비자의 가격 혼란과 약국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정가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약품정가제는 판매자가격표시제를 운영하기 전에 시행했던 ‘표준소매가격제’와 비슷한데, 할인판매 금지로 경쟁을 제한하면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의도와 달리 제약사나 약국의 이익을 보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내 의약품 급여가는 의약분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99년 12월에 ‘고시가상환제도’에서 ‘실거래가상환제도’로 변경되면서 한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고시가상환제도는 제약사가 신고한 공장도 출하가격을 기준으로 유통마진을 가산해 의약품 가격을 산정해 정부에 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정부가 공장도 출하가격을 실사하던 것을 폐지하고, 제약사의 신고에 의지해 ‘신고가제도’로도 불린다.

대한병원협회가 2009년 12월에 ‘약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시가상환제도는 가격을 통제하기보다 가격을 지지함으로써 의약품 가격이 턱없이 높게 책정되는 게 문제로 꼽혔다. 의약분업 전이었던 그 당시에 의료기관의 약가 마진이 컸는데, 고시가 대비 구입가격을 최대한 낮췄기 때문이다. 동일 성분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이 무수히 쏟아지는 시장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실거래가상환제도는 의약품 구입자(요양기관)의 가격 인하 동기를 제거해 시장 건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보험재정 절감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실거래가와 고시가 간 차액이 없어졌을 뿐 리베이트는 개인 또는 의료재단을 통한 우회적 방법으로 대체됐다. 실거래가상환제도는 김대중 정부가 의약분업 시행에 앞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계가 탐내는 약가마진을 없앨 수 있어서다.

복지부는 2010년 10월에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저가에 구매할 유인을 부여해 기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한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를 시행했다.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도는 병원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면 상한금액과 실제 구입금액 간 차액의 70%를 해당 기관의 수익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병원들이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상에 무리하게 저가 납품을 요구하면서 ‘1원 낙찰’ 사례가 발생하고, 인센티브가 상급종합병원에 편중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 도입 1년 6개월 만에 폐지됐다.

2014년 9월부터 의약품 저가구매, 과다사용 감소를 동시에 유도하기 위한 ‘처방·조제의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해당 년도 반기의 의약품 사용량 및 구매비를 전년 동기(6개월)와 비교해 감소분만큼 그 요양기관에 장려금으로 되돌려준다.

이밖에 환자와 정부는 반기지만 제약사는 울상짓는 대표적인 제도로 △급여 의약품의 사용량이 증가했거나 증가가 예상될 때 해당 약의 가격을 인하하는 ‘사용량·약가연동제도’(2009년 3월 시행)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가격을 똑같이 책정하는 ‘약가일괄인하제도’(2012년 4월 시행) 등이 있다.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혁신신약은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방식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기도 한다. RSA는 약제 효과나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가 정부와 분담하는 제도로 치료 대안이 없는 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 등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중증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에 한해 적용된다.

약사회는 정부의 보험재정 부담을 완화할 해결책으로 ‘성분명 처방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01년부터 약국을 대상으로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 지급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약사회 측은 현행 ‘상품명 처방제도’는 의사와 제약사 간 경제적 이해관계로 과잉처방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 제도 도입으로 건강보험 비용이 연간 1000억원 이상 절감된다는 약사회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하게 맞섰다.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 지급사업은 약사가 처방의약품 대비 생물학적동등성이 입증된 더 저렴한 품목으로 대체 조제하면 차액의 30%를 장려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체조제율은 1% 미만에 그쳤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