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 좋을 때’ 키 잡고 싶어하는 사람들

서예진 기자
입력일 2018-06-24 10:51 수정일 2018-06-24 10:55 발행일 2018-06-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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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예진
서예진 정책팀 기자

6·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례 없는 승리로 끝난 현재, 당 안팎의 시선은 모두 오는 8월 말에 열릴 전당대회에 쏠려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중반기를 뒷받침하면서 제21대 총선 공천에 영향을 줄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다 보니 이번 전당대회 하마평에는 유독 많은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아직 전당대회가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이라 거론되는 인사 중에서 몇 몇은 정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론되는 인사들이 많을수록 당내에서는 어떤 사람을 지지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모 시사 프로그램의 패널은 지금의 민주당 상황을 ‘이번에는 물이 좋을 때’라고 평한 바 있다. 말 그대로 물이 좋을 때 배의 키를 잡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로운 대표에게는 무거운 임무가 주어져 있다. 정부를 뒷받침하고, 재집권의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승리를 기반으로 총선 승리도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 관련 정책과 민생·개혁 정책의 입법화를 위해 야당과의 관계를 풀 수 있는 정치력도 요구된다. 쉬운 일이 아님에도 많은 인사들이 그저 현재의 ‘인기’에 편승해 앞다퉈 출마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물이 좋을 때 키를 잡으려면 능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물이 잘 들어왔어도 배를 모는 이가 실수를 한다면 배는 오히려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새로운 지도부의 행보가 민주당의 향후 10년을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무수한 출마설은 충분히 봤다. 이제는 전당대회라는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자신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때다.

서예진 기자 syj.02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