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로자도 마뜩잖은 '근로시간 단축'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8-06-14 15:57 수정일 2018-06-14 15:59 발행일 2018-06-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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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7월 1일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업무체계 개편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국가 주요 산업의 생산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성과 때문에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던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숙원과제를 풀어 나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못해 일부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일하는 A씨는 “하루 1~2시간 더 일하고 추가수당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여력이 있을 때 더 벌어서 자식들 분유 한 통 더 먹이는 게 가장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에 따른 산출물이 시간 단위로 명확히 수치화되는 제조업 생산분야에선 근로시간의 제약이 더 일하고 싶은 직원들에게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외치는 ‘저녁이 있는 삶’은 모든 근로자의 희망사항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더 일해서 ‘벌이’를 늘리고 싶은, 또 늘려야 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는 족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업무’와 ‘비업무’의 경계가 모호한 수많은 과정을 거치는 직종과 직군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꼭 필요하다. 장기간 밤낮 없이 일해야 하는 IT업계에는 단위기간을 대폭 늘린 탄력근무제를 적용해 기업은 차질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또 업무의 양을 정량화 하기 힘든 외근직 근로자들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꼭 필요하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