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순신’을 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자세, 결국 경외…‘난중일기’ ‘일본인과 이순신’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5-03 07:00 수정일 2018-05-03 07:00 발행일 2018-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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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이순신’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신뢰와 존경심은 무한대에 가깝다. 세종대왕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수위권에 머무르는가 하면 영화 박스오피스 역대 최고 흥행작 역시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명량’(최종 누적관객수 1761만 5166명)이다. 

순국 420주년을 맞은 이순신은 임진왜란(1592~1598년) 중 20여 차례에 걸쳐 일본군과 맞서 해전을 벌인 인물이다. 노량해전(1598)에서 전사할 때까지 이순신은 한국인들에게는 영웅이었고 왜군들에겐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자세는 전혀 다른 듯 보인다. 그를 향한 주요 감정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한국도, 일본도 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순신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한일의 극단적이지만 결국 같은 자세로 이순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일깨우는 책 ‘난중일기’ ‘일본인과 이순신’이 출간됐다.  두 책은 400여년 전 인물인 이순신 정신을 통해 여전히 팽배하고 있는 사심과 사익 추구, 그로 인한 부조리와 불합리를 얼룩진 난세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순신의 모든 것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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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이순신 지음 | 박종평 완역 | 글항아리 출간 | 6만 5000원(사진제공=글항아리)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죽을 힘으로 막고 싸운다면 오히려 해낼 수 있습니다.”

 

‘난중일기’는 역사 칼럼니스트이자 이순신 연구가인 저자 박종평이 10년여에 걸쳐 완성한 완역본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판사 대표, 아리랑TV 기획실 등을 두루 거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이순신 연구를 집대성하기 위한 저자의 고군분투는 이순신에 대한 경외심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는 대한민국 국보 제76호로 지정된 세 가지 기록물 ‘친필일기’ ‘서간첩’ ‘임진장초’를 비롯해 1795년 정조가 간행한 ‘이충무공전서’ 속 ‘난중일기’, ‘친필일기’를 발췌한 ‘충무공유사’ 속 ‘일기초’ 그리고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전기 ‘이충무공행록’ 등을 아울러 책에 담았다.

‘난중일기’를 비롯해 전쟁 중 쓰여진 ‘친필일기’,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친필편지를 모은 ‘서간첩’,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 및 전쟁 상황, 수장으로서의 고뇌 등이 담긴 장계를 모은 ‘임진장초’ 등의 오해와 오독을 바로 잡고 역사적 사료를 보완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난중일기’ 원문, 다양한 판본과 번역본을 비교·분석하고 관련 사료들을 참고하며 이순신 장군이 의도한 바에 가까이 가기 위해 애쓰며 번역을 완성했다. 각주를 비롯해 현대에 없어졌거나 쓰임새가 다른 한자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활용되는 경우를 모두 기록했다.

그간 여진(女眞)이라는 여자와 성관계 횟수로 번역된 ‘1596년 9월 12일 女眞, 14일 女眞卄, 15일 女眞

’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문구의 번역 오류를 당시 성관계를 묘사하는 표현(압 狎, 압 押, 근 近, 동 침同枕)과 ‘난중일기’ ‘고 통제사 이공유사’ ‘이충무공행록’ 등을 발췌해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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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제473주년 충무공 이순신장군 탄신기념 다례(연합)

책은 ‘이순신의 일기’ ‘이순신의 장계’ ‘서한첩’ ‘이충무공행록’ 그리고 ‘참고자료’ 5개부로 구성된다. 1부 ‘이순신의 일기’에서는 ‘친필일기’를 바탕으로 ‘이충무공전서’의 ‘을미일기’ ‘무술일기’, ‘충무공유사’ 중 ‘일기초’ ‘무술일기’ ‘을미일기’ 등을 아울러 연도별로 서술하고 편지·감결·장계·독서·시 등에 대한 일기 속 메모를 따로 정리했다.

‘임진장초’를 중심으로 ‘이충무공전서’ ‘충민공계초’ ‘선조실록’ ‘선조수정실록’ 등을 비교·분석한 2부 ‘이순신의 장계’에서는 전략가, 행정가, 경영자로서 발휘한 이순신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두려움과 증오가 경외로! ‘일본인과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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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이순신 | 이종각 지음 | 이상 출간 | 1만 5000원(사진제공=이상)

영화 ‘명량’ 중 왜군 장수 와키자카(조진웅)는 “이순신은 내가 가장 죽이고 싶은 자이며 가장 싫어하는 자이고 내가 가장 저주하는 자이지만 가장 술을 함께 나누고 싶은 자이며 가장 좋아하는 자이고 가장 만나고 싶은 자”라고 말했다. 

신문기자 출신의 근현대 한일관계사에 집중하는 이종각 교수의 신간 ‘일본인과 이순신’은 와카자카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인과 이순신’은 이순신을 두려움과 증오의 존재로만 인식했던 일본인들이 그가 전사하고 300여년 후부터 시작한 연구에 대해 전한다. 근대 일본인이 그린 이순신과 거북선 사료로 시작하는 책은 ‘일본인이 본 이순신’ ‘이순신이 본 일본인’ ‘이순신과 일본의 악연’ 3개장으로 구성됐다.

‘일본인이 본 이순신’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이순신을 알게 돼 현재까지 연구하고 있는지 과정을 따른다. ‘이순신이 본 일본인’에서는 이순신이 접한 일본인과 그들에 대한 생각, 관계 등을 다룬다.

메이지 시대, 영국 해군을 모델로 일본 육해군이 창설되는 과정부터 그들이 어떻게 이순신에 대해 알고 연구했는지의 행보를 차근차근 따른다. 그 행보에는 일본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의 표현으로 전달되는 메이지 해군 장교들의 이순신 외경(공경하며 두려워하는) 현상, 러일전쟁 당시 이순신 혼령에 빈 가와다 이사오 소위, 충렬사를 참배한 진해 주둔 일본군 등 다양한 예들이 제시된다. 

학익진과 정자전법, 도고 헤이하치로, 시바 료타로 등 소설, 연구서, 사료 등에서 추린 일본인들의 이순신 경외 현상이 즐비하다.

2장 ‘이순신이 본 일본인’은 ‘징비록’ ‘난중일기’ ‘옥포퐈왜병장’ ‘이충무공전서’ ‘장계’ 등의 발췌로 설명한다. 항왜(임진왜란 당시 투항한 일본군)와 그들을 다스린 이순신의 리더십를 비롯해 사야가, 히데요시, 쓰시마 등과의 관계를 고증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