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점심시간' 업무중단은 해법 아니다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8-04-23 15:04 수정일 2018-04-23 15:25 발행일 2018-04-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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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최재영 금융부 차장

은행권 노조와 사측이 산별교섭 안건으로 논의 중인 점심시간(1시간) 창구업무 중단’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을 찾는 직장인 입장에서 창구업무 중단은 달갑지 않다. 오후 4시에 은행문을 닫는데 점심시간 업무를 중단하면 결국 직장인들은 ‘반차 휴가’를 써서 은행업무를 봐야 하냐는 불만이 넘쳐난다.

반면 노동법에 보장된 ‘식사 1시간 원칙’을 보장 받지 못한 은행원의 하소연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교대로 식사를 하지만 식사시간은 30분도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이같은 갈등은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 공세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종이 다른 직장인간에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로 입장에서 틀린 주장은 아니다. 제 시간의 식사는 ‘인간적 대우’와도 연결된다. 점심시간인 휴게시간 보장은 중요한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실제 유럽에서는 점심시간에 업무를 중단하는 은행도 있다.

하지만 은행은 허가를 받고 공공재로 이익을 얻는 ‘기관’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편의를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국민 정서다. 이런 이유로 논의 자체가 ‘횡포’라는 비판이다.

금융노사는 점심 업무 중단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 보장’에 방점을 찍고 노사간 해법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유연근무제’에서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자율이 아닌 담합하듯 동시에 점심시간 업무를 중단한다면 불편을 넘어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이 점심시간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점심을 보장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식당 문을 닫겠다는 처사나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재영 금융부 차장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