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병자실손보험 실효성 의문

안준호 기자
입력일 2018-04-11 15:18 수정일 2018-04-11 15:19 발행일 2018-04-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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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안준호 금융부 기자

“특화보험사 설립에 이어 유병자실손보험까지, 다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보험업계에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오히려 문제를 보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취재를 위해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작부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출시된 유병자실손보험이 과거 정부 주도로 출시된 정책성 보험 상품들의 실패 사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였다.

정부의 금융개혁 10대 과제의 하나인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판매가 이번 달부터 시작됐다. 유병력자와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가입심사를 대폭 완화하고 보장범위는 일반 실손보험과 동일하게 가져갔다.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소비자들의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업계는 물론 금융소비자 단체의 반응도 냉랭하기만 하다. 금융당국의 취지엔 동의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의 이득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판매 주체인 보험사들부터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일반 실손보험 손해율도 100%를 훌쩍 넘겨 팔수록 손해인데 손해율이 더 클 것이 뻔한 유병자실손보험을 무작정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판매 주체인 보험사들부터 소극적인데 고객들이 혜택을 볼 리 만무하다. 자칫하면 낮은 판매율로 ‘실패한 정책성 보험’의 대명사가 된 노후실손의료보험의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

보험사 역시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득을 남겨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다. 보험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거둘 때 고객들의 편익도 늘어난다. 이를 무시한 채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에 나선다면 오히려 전체 고객들에겐 더 큰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안준호 금융부 기자 MTG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