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여파에…은행, ‘미래’ 외부에 맡기나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4-04 17:04 수정일 2018-04-04 17:04 발행일 2018-04-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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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업은행, 상반기 공채 과정 상당부분 외부 위탁
은행 채용과정서 은행 목소리 작아져…'맞춤형 인재' 선발 제약
채용비리라는 폭풍이 은행권 채용시장을 덮치며 상반기 은행권 채용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일부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일부 은행들은 외부 기관에 채용 과정의 상당 부분을 위탁하기로 했다.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은행이 향후 미래를 맡겨야 하는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이 줄어들어 ‘맞춤형 인재’ 선발에 제약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200명 규모의 공개 채용을 진행한다.

이번 채용에서는 금융분야 및 일반 상식에 대한 필기전형이 도입되고 1차와 2차 면접은 블라인드 형태로 진행된다.

특히 우리은행은 채용 프로세스 전과정을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위탁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스스로도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지만,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 에 앞서 상반기 공채 계획을 내놨던 IBK기업은행 역시 외부의 힘을 빌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전 과정을 외부기관에 의뢰했으며, 임원면접 시 면접위원 50%를 외부위원으로 채워넣기로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처럼 외부 전문기관에 채용과정을 상당 부분 위탁하는 것이 은행권 전체 채용의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 실무자들이 모여 ‘은행권 채용 모범 규정’을 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외부기관 위탁 안이 담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 모범 규준’에 은행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외부 기관에 상당 부분을 위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모범 규준의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방법이 은행 채용의 신기류로 자리잡게 된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맞춤형 인재’ 선발에 제약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이다.

외부 위탁 기관이 은행의 인재상을 정확히 파악할 지 여부도 따져봐야 하며 은행 역시 채용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등 은행의 색깔에 맞는 인재 선발에 제약이 생길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부 임원진의 일탈 방지 등을 한정해 채용과정에서 외부 기관의 개입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은행권 채용 전 과정에 외부기관의 참여가 고착화 할 경우 은행과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