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 환자 국내 첫 출산…장기이식 환자에게 새 희망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04-03 10:22 수정일 2018-04-03 10:22 발행일 2018-04-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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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심장이식환자 출산-4
심장이식 환자 중 국내 처음으로 엄마가 된 이은진 씨(오른쪽)가 친정어머니인 김순덕 씨와 아이 오강현 군을 돌보고 있다. 이 씨의 친정어머니 김순덕 씨도 2014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았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산과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진 심장이식 환자가 출산에 성공했다.

본인 및 가족의 의지와 병원의 철저한 건강관리가 뒷받침 된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생겨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큰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3년 3월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의 집도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은진 씨(37세, 전라도 광주)가 올해 1월 9일 건강한 2.98kg 남자아이를 출산했다고 3일 밝혔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 출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전 이씨는 지역병원에서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이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 왔다. 이 씨는 2016년 결혼 후 남편과 시댁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계획했다. 특히 같은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로 임신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씨는 2017년 3월 임신 후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의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다. 다행히 임신 중 체중 및 약물 조절이 잘 되었고 건강에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출산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전신마마취가 아닌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진행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1월 9일,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집도로 2.9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고 첫 출산의 기쁨을 느꼈다.

이 씨는 “아무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심장이식 환자의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며 “건강하게 태어나준 아이에게 고맙고, 나와 같은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출산 소감을 전했다.

김재중 교수도 “그동안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간간이 보고됐지만 심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이식 가임기 환자들도 새 희망을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심장이식 환자가 임신을 시도할 경우 면역억제제를 줄여야 하므로 주기적인 검사로 적절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고 심장 검사를 받는 등 의료진의 관리가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