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금감원,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무더기 포착…경영진 포함된 듯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4-02 11:01 수정일 2018-04-02 16:48 발행일 2018-04-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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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정황 32건 포착
김정태 회장·김종준 전 행장·함영주 행장 연루 의혹 제기
2013년 당시 성차별에 학교차별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내던 시절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왔다. 여기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으로 추정되는 채용비리 정황까지 포착됐다.

2일 금감원은 약 2주간의 걸친 ‘하나금융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단’ 조사 결과, 지난 2013년 하나은행에서 총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단이 확인한 채용비리 정황은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성 차별(최종 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한 남성 특혜 합격) 2건 △학교 차별(특정 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 14건 등이다.

금감원은 은행 내외 주요인사의 추천을 받은 합격자 22명 중 16명을 특혜 합격시켜줬다고 봤다.

먼저 최 전 원장이 추천한 인사 역시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을 비롯해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례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한 지원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 추천내용에 ‘최종합격’에 표기가 돼 있었는데 이 추천자의 이름이 ‘김□□’였다. 김□□는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으로 인사 담당자는 ‘(회)’가 통상 회장이나 회장실을 의미한다고 진술했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에서도 태도 불량으로 인해 0점 처리됐지만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김 회장이 연루됐다고 추정은 가능하지만,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 역시 이와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자가 ‘짱’으로 표기된 지원자 6명도 있었다. 이 중 4명이 합격했는데, 이 중 3명은 서류전형(2명) 또는 면접단계(1명)에서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최종 합격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조사 결과다. 금감원 측은 ‘짱’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장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당시 하나은행장은 김종준 전 행장이다.

함영주 행장이 추천한 것으로 추정되는 특혜 채용 정황도 나왔다. 금감원은 ‘함□□대표님’으로 표기된 지원자가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한 것으로 봤다. 함□□은 지난 2013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이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인데,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는 현 함영주 행장이다.

이 외에도 청와대 감사관, 국회 정무실 등의 추천을 받아 특혜 합격한 정황 역시 포착됐다.

금감원은 이와 동시에 성차별 정황도 포착했다. 금감원은 최종 임원면접 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 탈락 후 합격권 밖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해 특혜 합격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2013년 하반기 채용 당시에는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했다고 봤다.

끝으로 금감원은 학교차별에 의한 특혜합격도 있었다는 검사결과도 내놨다. 당시 비공식 사정회의에서 명문대, 해외유명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이 특혜 합격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적극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 확인 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