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투 없는 조직, 안도할 일 아니다

서예진 기자
입력일 2018-03-22 16:50 수정일 2018-03-22 16:56 발행일 2018-03-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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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예진
서예진 정책팀 기자

‘미투’(#Metoo) 운동이 정치권으로 옮겨 붙으면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내 한 인사는 “남성의원 뿐 아니라 여성의원들도 자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한 때 성폭력 관련 폭로가 여권에 집중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당을 향해 “미투 운동에 다 걸릴 인물”, “좌파에서 더 걸려야” 등의 발언을 했다. 미투 운동을 철저히 진영 논리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한 언론사에 전 새누리당 인턴이었던 C씨의 고발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그 쪽에 피해자가 없어 안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순자 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위원장이 “우리 당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거의 ‘터치’ 였다”, “지금까지 (성폭력은) 없었다”고 발언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대책위원장인 박순자 영감이 그런 말을 하면 당 안에선 이걸 ‘피해가 있어도 말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어도 그 집단 안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취급받는다는 의미다.

미투 운동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가해자를 고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는 무력감을 느끼고 아무 것도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미투 운동의 무풍지대가 있다면, 그곳에는 가해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라고 외치며 연대조차 할 수 없는 곳이 많을 것이다.

야권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미투 폭로가 없다는 것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단이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폭로가 휩쓸고 간 자리에 성 평등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면, 차라리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을 수 있다.

서예진 정책팀 기자  syj.02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