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요한슨도, 프랭크 와일드혼도, 그레고리 포플린도 단박에 매료시킨 뮤지컬 ‘웃는 남자’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3-15 19:03 수정일 2018-03-15 19:09 발행일 2018-03-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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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ROUND TALK에 참석한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왼쪽부터), 의상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 작·연출 로버트 요한슨, 프로듀서 엄홍현·김지원, 분장 김유선(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의) 프랑스 영화 ‘웃는 남자’를 보고 뮤지컬을 구상했어요. 눈물이 흐르는 건 물론 이야기에 매료됐죠.”

그 시작은 ‘황태자 루돌프’ 한국 초연 개막 후인 2012년 11월로 거슬러 오른다. 연출가이자 작가인 로버트 요한슨은 비행기 안에서 영화 ‘웃는 남자’ 를 보며 뮤지컬을 구상했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몬테크리스토’, ‘더 라스트 키스’(전 황태자 루돌프), ‘마타하리’ 등으로 호흡을 맞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 ‘웃는 남자’를 꼭 보라고 당부했다. 와일드혼은 “3번이나 돌려보면서 노래의 반을 작곡했다”고 감탄했고 의상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은 “로버트(요한슨)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할 정도로 창작진들을 매료시켰다.

◇175억원 규모의 ‘웃는 남자’ “두번만에 손익분기점 넘을 것”

[웃는 남자] ROUND TALK_연출 및 대본 로버트 요한슨 (5)
뮤지컬 ‘웃는 남자’의 작·연출 로버트 요한슨(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아이를 애완동물 혹은 장신구처럼 취급하는 귀족들이 지배하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버림받은 소년 그웬플렌과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 눈이 보이지 않는 순수한 소녀 데아, 매혹적인 조시아나 공작부인 등이 엮어가는 기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다.

뮤지컬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두 번째 창작 뮤지컬로 ‘마타하리’처럼 전세계 관객들을 겨냥한 작품이다.

엄홍현 대표는 “7월 10일 월드 프리이어(전세계 최초)로 개막하는, 아직도 배우 오디션이 진행 중인데도 벌써 90% 가까이 완성됐다”며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작품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비만 175억원, 제작비 충당을 위해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두개 극장이 투자자로 나서면서 ‘웃는 남자’는 7월 10일부터 8월 26일까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EMK의 첫 번째 창작뮤지컬 ‘마타하리’와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로 엄홍현 대표는 “‘마타하리’는 초연, 재연 두번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아직 25억원 정도를 더 벌어야 한다”며 “‘웃는 남자’는 두번 정도 공연되면 손익분기점을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탄탄한 기승전결 매끄럽고 빠른 이야기 전개, 프랭크 와일드혼 40여곡 중 추천 넘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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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사진=브릿지경제 DB,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다행히도 빅토리 위고의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탄탄했어요. 그의 인용구들에서 영감을 받아 대본을 썼죠. ‘레미제라블’에 비해서는 중요 캐릭터가 6명뿐이어서 흐름도 너무 매끄러웠어요. 장면이 넘어가는 지점을 쓰는 데도 수월했죠.”

연출과 더불어 대본까지 책임진 로버트 요한슨은 이렇게 말하며 “넘버가 40곡이 넘는다. (2017년 2월 배역 모두에 배우들을 캐스팅해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워크숍을 했는데 흐름이 얼마나 매끄럽고 빠른지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밖에 안됐다”고 귀띔했다. 이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무대에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연출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웃는 남자] ROUND TALK_음악 감독 김문정
뮤지컬 ‘웃는 남자’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음악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영상 인터뷰를 통해 그웬플렌, 우르수스, 데아, 조시아나 등의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음악작업은 도전이었다. 이전까지는 한곡씩 차근차근 작업하면서 하나의 뮤지컬을 완성했다면 이번엔 영화로부터 영감 받아 한번에 써내려간 느낌”이라며 “그웬플렌은 끊임없이 사건·사고와 이야기가 이어진다. 눈이 보이지 않는 데아는 다른 감각을 사용해 세상을 상상하는데 그것이 작곡에 좋은 영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시아나는 부유하고 아름답지만 이면에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우르수스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테비와 같은 인물이다. 유머러스하고 거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부자와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극과 극 세상의 장소, 느낌, 분위기 등을 음악에 담았다는 프랭크 와일드혼은 그웬플렌의 솔로 넘버 ‘캔 잇 비?’(Can it Be?), 데아와의 듀오곡 ‘엔젤스 인 더 트리스’(Angels in the Trees), 우르수스의 ‘프래질 이즈 더 허트’(Fragile is the Heart) 그리고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를 추천곡으로 꼽았다.

특히 ‘체인지 더 월드’에 대해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나 ‘더 라스트 키스’의 ‘날 시험할 순간’처럼 좋은 반응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프랭크 와일드혼은 감미롭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다.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독창성있게 시도된 집시풍의 선율이나 바이올린, 포크기타, 만돌린 등을 추가해 이국적 사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향연, 의상과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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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의상 콘셉트를 설명 중인 의상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로버트가 어떤 한 시대극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다양한 시대들과 트렌드들을 모으자고 했죠. 낭만시대, 엘리자벳시대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해 발렌시아가, 비비안웨스트우드랑 섞자 했습니다. 시대적으로 (고증이) 정교하진 않을 거예요.”

뮤지컬 ‘웃는 남자의 의상은 ‘팬텀’ ‘모비딕’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오네긴’ 그리고 디즈니 아이스쇼 ‘겨울왕국’(Frozen) 등의 그레고리 포플릭이 책임진다. 그는 “실루엣은 옛시대 같지만 재킷은 발렌시아가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조지아나의 스케치를 예로 들어 의상 콘셉트를 설명하고는 “벌써 185개 의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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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무대 디자인. 가난한 자들의 카니발(위)과 귀족들의 가든파니ⓒ오필영(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귀족들의 세상과 그들과 대조를 이루는 애완동물 혹은 장난감, 액세서리처럼 취급받는 이들이나 콤프라치코스의 세상 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나라, 스타일, 색과 조직 등의 느낌들을 살렸다”고 전했다.

‘마타하리’에 이어 ‘웃는 남자’에도 합류한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역시 전혀 다른 세상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대본 첫 페이지에 시그니처처럼 쓰는 ‘부유한 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지은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는 작품은 물론 무대디자인의 축”이라며 “부유한 자들의 세계, 가난한 자들의 세계가 극명하게 대비되지만 공존하는 걸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재미를 위해 가난한 아이들의 입을 찢거나 하는데 표면의 상처가 내면 상처까지 만들면서 가난한 세계는 상처로 가득합니다. 부유한 세계는 상처가 있어도 감추기 위해 과장된 화려함이나 두꺼운 벽으로 포장해요. 마지막에서야 두 세계가 공존하는 걸 보여주죠.”

생채기들을 시각화한 얽히고설킨 골조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가난한 이들의 세계와 그 상처를 화려하고 과장되게 감춘 귀족들의 세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20세기 무성극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 중 조커 등의 모티프가 된 그웬플렌 등의 캐스팅에 대해 로버트 요한슨은 “진짜 정말로 대박이다 싶은 배우들을 다 모아놨다. 같이 일할 생각만으로도 설렌다”고 귀띔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