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 폭탄’에 무역전쟁 ‘전운’ 고조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8-03-04 11:00 수정일 2018-03-04 14:05 발행일 2018-03-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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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할리 데이비드슨 등 美대표상품에 보복 관세 검토
트럼프, BMW·VW·아우디 등 EU 자동차 브랜드 세금 맞불
美동맹국 캐나다도 보복조치 예고…전선 확대 가능성
中, 美농산물 보복관세 검토
WP “한국 등 일부 동맹국에 관세폭탄 면제” 주장도
US-POLITICS-TRUMP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3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 예고로 촉발된 세계 통상전쟁 우려가 일촉즉발의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에서는 ‘관세’(tariff)의 연관검색어로 ‘무역전쟁’(trade war)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만일 EU가 그곳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거대한 관세와 (무역)장벽을 더 늘리길 원한다면, 우리도 미국으로 자유롭게 쏟아져 들어오는 EU의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BMW·VW·아우디 등 EU 자동차 브랜드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폭탄’에 대응하는 조치로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목록을 작성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이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일 “할리 데이비드슨(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청바지)를 포함해 유명한 미국 제품들에 관세 부과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이 직접 지목한 이들 제품은 미국의 유력 의원들의 지역구와 관련이 있다. 정치적 압박을 최대화하려는 계산이 이면에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융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을 “멍청하게 앉아서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며, 이번 주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EU를 비롯해 미국의 전통 동맹국인 캐나다도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대미 철강 수출국 1위인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부 장관은 성명에서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캐나다간 통상전쟁이 현실화된다면 양국의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의 주요 표적이 된 중국은 가장 먼저 “합법적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미국의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농민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대미(對美) 철강, 알루미늄 직접 수출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이번 미국의 철강 관세 영향이 치명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이 즉각 전면전에 나서기 보다는 ‘로키’(low-key) 행보로 대응하며 기회를 엿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양국간 무역마찰을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미국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일부 동맹국에 대해 관세폭탄을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미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철강·알루미늄 무역규제 방안 보고서에 포함된 예외조항 - 미국의 경제·안보 관련 이해를 고려해 특정 국가를 면제 - 에 근거해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일본, 독일 등 가까운 동맹국들을 관세조치에서 면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충동적으로 예고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철회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전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