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전히 홀대받는 작은 영화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8-01-28 16:12 수정일 2018-03-15 14:57 발행일 2018-01-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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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과 묵직한 주제를 지닌 영화들이 홀대받고 있다. 관객들의 호평 속에서도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영화 ‘1급기밀’은 지난 2016년 12월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홍기선 감독이 생전 8여년간 준비한 유작으로 개봉이 확정된 후 영화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용기 있게 방산비리를 다루며 제작에 들어간 이 영화는 투자 난항 등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정부 시절 촬영을 마쳤다. 이후 홍 감독이 작고하면서 이은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맡아 문재인 정부인 올해 비로소 개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배급사 측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 영화는 제대로 된 상영의 기회조차 제한되고 있다. 일반적인 영화가 개봉 5일에서 1주일 전 사전예매가 시작되는 것에 반해 ‘1급기밀’은 개봉 하루 전에서야 대부분의 극장 예매가 오픈됐다”고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일부 극장에서 오전과 심야 혹은 교차 상영의 시간표를 받은 ‘1급기밀’의 통탄은 하늘을 찌른다.

영화 ‘비밥바룰라’의 설움은 더하다. 평생 가족만 위해 살아온 네 명의 아버지가 가슴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이 영화는 신구, 박인환 등 관록의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감동을 아우른다. 제작진은 공들여 만든 노년의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24일 문재인 대통령에 편지를 띄웠다. 상영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촉구다.

개봉 첫 주말 ‘비밥바룰라’는 5970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누적관객수로 2만8304명을 기록했다. 서울 상영관 수 고작 49개, 전국 340개 극장에 걸린 결과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시스템에서 여전히 흥행의 기준은 ‘관객수’다. 적어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관객들은 희소성에서 만큼은 하늘의 별 따기에 성공한 셈이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