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화폐 척화비' 안된다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8-01-22 15:50 수정일 2018-01-22 15:51 발행일 2018-01-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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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산업부 기자

요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얼마 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정부 주도의 규제 정책을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가 과도한 청소들의 몰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했던 강제적 셧다운제 논란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가상화폐는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 통용되는 전자화폐라는 점에서 최근의 기현상과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의 미숙함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갈 정도다.

게임업계의 셧다운제도 마찬가지였다. 입법 초기에만 해도 학부모 등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이용시간을 줄여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그 기대효과는 고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력 사업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게임 시장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만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작용에만 함몰됐던 나머지 안전장치나 인식 전환을 통한 문화 조성 등에는 소홀한 채 ‘규제 위의 규제’에 열을 올린 결과다. 이는 비뚤어진 뿔 하나를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은 꼴이다.

가상화폐는 현재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콜라병’과 같은 존재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 등은 적절한 규제와 블록체인 등의 신산업을 통해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다. 단지 그 생소함에 따른 현재의 혼란에 압도돼 주홍글씨를 새기거나 아예 ‘콜라병’을 깨버린다면 블록체인이라는 대안은 물론 훗날 목이 마를 때 물을 떠 마실 수 있는 도구로서의 기회조차도 날려버릴 수 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초기 가상화폐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매몰돼, 무작정 척화비(斥和碑)를 세우려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시계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박종준 산업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