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화폐를 다루는 현명한 방법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8-01-21 15:26 수정일 2018-01-21 15:27 발행일 2018-01-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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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최재영 금융부 기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디우스 매듭’은 복잡한 문제는 오히려 대담한 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졌다. 발상을 전환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비유로 자주 쓰인다. 

조직의 리더들은 꼬인 매듭을 칼로 잘라 버린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꿈꾸고 난제를 풀 수 있는 해결사가 되길 바라거나 자처한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알렉산드로스는 꼬인 매듭을 풀어(untie)낸 것이 아니라 해결(undo)한 것이다. 직설적인 ‘방법론’에서는 서로 상충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도 ‘설전’의 대상이 된 이유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가상(암호)화폐는 고르디우스 매듭과 닮았다. 과열 문제가 부상하자, 부처 담당 수장들은 알렉산드로스처럼 빠르고 과감한 해결을 위해 너도나도 ‘폐쇄’를 거론했다.

언제나 배려가 부족한 해결책은 역풍을 불러온다. 가상화폐는 이미 수년전부터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도 이제야 내놓은 해결책이 폐쇄뿐이냐는 비난 일색이다. 개인 사유재산을 근거로 들어 ‘헌법 소원’ 대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역풍의 세기는 더 강해졌다. 정부 규제 대책 발표전 가상화폐를 팔아 50%대의 수익률을 올린 금융감독원 한 직원의 행동은 공분을 넘어 정부의 ‘불신’으로 번지는 중이다. “내기를 걸어도 좋다”고 발언한 최흥식 금감원장 해임 청원이 벌어졌고 최 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사과까지 했다.

정부 정책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사례는 더 있다. 투자자는 투기집단으로 치부됐고 투자한 사람과 투자하지 않은 사람으로 진영이 만들어져 ‘찬반’ 다툼도 벌이게 만든 구실을 제공했다.

엉킨 실타래는 당길수록 조여진다는 격언이 있다. 한올 한올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실타래가 풀린다. 정부 당국자들이 알렉산드로스 같은 해결사를 자처하기보다 우리 선조의 가르침을 더 새겨봤으면 한다.

최재영 금융부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