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으로 '코스닥 살리기' 씁쓸

하종민 기자
입력일 2018-01-07 15:12 수정일 2018-01-07 15:14 발행일 2018-01-08 23면
인쇄아이콘
하종민 _ 반명함
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

“향기로운 꽃에는 벌레가 꼬이는 법입니다. 돈이 되는데 연기금이 투자하지 않을 리 만무합니다.”

국내 증권사 임원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국민연금 등의 연기금을 코스닥 시장 성장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미 정부는 지난달 ‘2018년 경제정책방안’을 발표하면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 확대 △벤처마크지수 개발 △세제지원책 △상장 요건 완화 등을 내세우며 연기금 활용 방안을 공언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다. 연도별 누적액은 50조원에 이르며 전체 운용자금은 600조원을 넘어섰다. 인구변화에 따른 기금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수익률’에 있어야 한다.

코스닥시장이 살아나면 국내 경제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높은 투자처다. 비트코인, 테마주 등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것이 코스닥시장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1% 감소하면 6조원이 사라진다.

아직까지 코스닥은 중소형 시장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000개가 넘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에 그쳤다. 국민연금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를 코스닥처럼 작은 시장에 묶어놓는 것은 낭비만 만들 뿐이다.

코스닥 살리기는 상장사들을 ‘투자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연금에 ‘코스닥 투자 확대’를 주문하는 것이 아닌, 정책금융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는 그 다음 문제다.

이전 여러 정부에서도 이름만 달랐을 뿐 여러 차례 코스닥 활성화를 시도했다. 대부분 1~2년 반짝 효과를 거둔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이번만큼은 꼭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 aiden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