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책] 어쩌면 내 이야기! ‘기억을 자르는 가게’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1-03 19:41 수정일 2018-01-03 19:42 발행일 2018-01-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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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자르는 가게 | 박현숙 지음 |파랑새 출간(사진제공=파랑새)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잊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화가 나거나 창피한 혹은 너무 슬프거나 괴로웠던 순간들도 있다.

우연히 실수, 부끄러운 기억, 창피한 순간, 슬픔, 고통 등을 지우는 특별한 미용실을 방문한 아홉 살 현준이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기억을 자르는 가게’가 출간됐다.

이야기의 시작은 학교 모퉁이에서 친구들과 오줌 멀리 누기 시합이다.

그 시합 중 교장 선생님 바지에 오줌발이 날아가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동수와 싸움을 한 현준은 온통 검은 것들로 들어찬 기억을 자르는 가게를 찾게 된다.

그렇게 잘려나간 기억은 동화작가나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가 염색을 하고 파마를 해 동화나 영화로 만든다. 동수에 대한 기억을 잘라버린 현준, 하지만 붕어빵을 나눠 먹고 무릎이 까진 자신을 업고 달리는 등 동수와의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아깝고 서러워진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곧 어른의 거울과도 같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기억이 단지 지워버리고만 싶은 것일까? 현준이 동수를 떠올리며 읊조리는 “실수할 수 있는 거야. 겁이 나서 거짓말을 했고 나도 낙서한 건 실수”라는 말이 자꾸만 뇌리를 스친다. 동화책 혹은 영화 속 이야기가 어쩌면 내 얘기 같은 것도 그 때문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